송재운(실버타임즈 편집극장)
일본의 아베신조(安倍晉三) 총리는
지난 14일 패전(저들은 종전이라 함) 70주년을 맞아 담화를 내면서 전쟁, 침략, 식민지배, 반성, 사죄와 같은 말들을 사용, 자신들의 과거 잘못에 대해 사죄했다.
그러나 그 표현들이 교묘하고 다분히 수사적이어서 진정성이 없다는 게 국내외 언론들의 평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1995년 종전 50주년을 맞아 당시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가 발표한 사죄담화를 그대로 계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여러번 반복해 왔다.
그래서 이번 그의 담화는 미리부터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95년 무라야마 총리는 담화에서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제국의 여러분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주었습니다. 의심할 여지 없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 합니다”라고 하였다.
이와같은 무라야마 담화는 전후에 일본이 일본의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해서 행한 가장 적극적인 사죄로 국제사회에서 받아들여 졌고, 그후 일본 역대 정부도 속내야 어떻든 겉으로는 이를 계승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달랐다.
아베는 “침략의 정의는 정해져 있지 않다”고 되풀이 하면서, 일본 정부가 무라야마 총리와는 다르게, 과거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정면으로 부정하려 했다.
일본 극우세력의 속내를 그가 대변하면서 자신들의 과거 전쟁과 침략 행위가 정당했다는 것을 내세우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담화에선 그의 이러한 기세는 꺽이고, 과거 일본의 잘못을 뉘우치는 논조로 바뀌었다.
역사의 진실에 대한 아베의 왜곡이 아마도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이 아베의 이번 담화를 환영하고 있는 것도 이런 점들을 감안해서 일 것이다.
그러나 한극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아베의 담화는 전혀 진실성을 담고 있지 않은 언어적 유희와 같은 감이 없지 않다.
그간 언론에 많은 해설이 나갔기로 여기서는 문제성 았는 한 두 가지만 언급해 보겠다.
첫째로
아베는 일본의 침략전쟁과 약소국들에 대한 식민지 지배를 세계적 시류에 의한 일본의 생존전략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약육강식에 의한 영토확장과 부국강병을 노린 제국주의의 본색을 교묘하게 속이고 있다.
아베는 10포인트 활자로 A4용지 가득이 3페이지가 넘는 담화문 서두에서
“100년 이상 전에 세계에서는 서양 여러 나라를 중심으로 확대한 식민지가 넓어지고 있었다.
---식민지배의 파도는 아시아에도 들이 닥쳤다. 그 위기감이 일본에 있어 근대화의 원동력이 되었던 것은 틀림이 없다”.
“세계공황이 발생하고 구미 여러나라가 식민지 경제를 둘러싼 경제 불록화를 진전시키면서, 일본 경제는 많은 타격을 입었다. 그런 와중에 일본은 고립감을 심히 느껴 견디기가 어려웠다. 그로 인해 일본은 세계 대세를 따랐다. 만주사변, 국제연맹으로부터의 탈퇴, ---
일본은 새로운 국제질서의 도전자가 되었다.
나아가야 할 진로를 그르치며, 전쟁의 길로 나아 갔다”. 이와같은 아베의 말에서 보면, 서양 열강의 불록화된 식민지 경제에서 일본은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었고, 이로 인해 세계 대세를 따라 일본도 침략 전쟁에의 길로 전진해 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양의 확장되는 식민지 지배가 아시아에도 들이 닦쳐, 일본도 역시 이를 따라 배울 수 밖에 없었다는 말이다.
침략과 식민지 지배가 일본의 잘못이기 보다 서구 열강의 시대적 조류에 휩쓸린 것 뿐이라는 지극히 피상적 논리이다. 모두가 그렇다면 일본의 책임은 무엇이겠는가.
다음 두 번째는 이번 담화에서 한국은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일본)는 ‘앞선 전쟁’에서 행한 일에 대해 반복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해 왔다. 그 생각을 실제로 행동으로 나타냈고, 인도네시아, 필리핀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들, 대만, 한국, 중국, 등 이웃인 아시아 사람들이 걸어왔던 고난의 역사를 마음으로 새기며, 전후 일관했다는, 그런 역대 내각의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림이 없는 것이다”. 이번 아베 담화에서 침략국들에 대한 사죄의 핵심 문장이다.
아베가 말하는 “앞선 전쟁”은
1931년 ‘만주사변’을 일본이 일으키고,
그들의 괴뢰정부로 ‘만주국’을 세우면서 벌이는 중-일 전쟁,
그리고 일본이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로 전쟁을 확대한 것,
또 1941년 미국을 대상으로 일으킨 태평양전쟁을 두고 한말이다.
그 문장 안에 ‘한국’을 넣었지만 이건 우리에 대한 사죄를 전혀 심중에 두지 않은,
지극히 허구적인 겉치레일 뿐이다.
한국과 일본의 근대 역사적 관계는 1910년 ‘한일합병’ 이래 1945년 8월 일본이 패망하기까지,
일본의 한국에 대한 ‘식민지 지배’다.
그런데 위에서 보듯 이번 담화에서 아베는 어디에서도 이런 한-일의 ‘식민지 지배’ 관계에 대한 사죄는 없다.
아베는 이번 8.14담화를 통해
중국, 미국, 아세안, 유럽을 상대로 종전 70주년을 정리했을 뿐이다. 우리로선 유감천만일 밖에,,
(2015. 8. 19. 현대불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