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풍 재향군인회장이 인사·납품 청탁과 함께 5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지난 4월 향군 회장에 당선된 조 회장은 회장 선거를 앞두고 대의원들에게 약 10억원을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현직 향군 회장이 개인 비리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지만 그는 사표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향군의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조 회장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그가 진정 향군을 위한다면 물의를 빚은 것 자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거취를 빨리 결정해야 한다.
퇴역·제대 군인의 모임으로 1952년 창설된 향군은 대한민국의 국가 질서와 안보의 가치를 수호하는 최대의 호국·안보 단체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노무현 정부 때 좌파 운동권의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과 맥아더 동상 철거 운동을 앞장서 막은 게 향군이다. 조 회장의 비리 혐의로 촉발된 향군의 난맥상은 적의 위협 앞에서 휴전선 철책을 지키고 바다를 지킨 850만 향군 회원들의 얼굴에 먹칠하는 것이다. 향군은 그동안 부실 운영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군납 기업 등 10개 업체를 거느리고 있지만 5000억원 넘는 빚에 허덕이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개혁이 불가피하다.
한국자유총연맹도 지난 2월 허준영 전 경찰청장이 새 회장에 당선됐지만 선거 과정에서 불법 논란이 일어 전·현직 임원이 서로 직무정지·해임 조치와 이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주고받는 등 볼썽사나운 내부 갈등을 겪었다. 대한민국 국가 질서를 외곽에서 지탱해온 호국 단체들의 위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대통령은 국가 안보와 관련한 정책을 발표할 때 재향군인회에서 연설하는 경우가 있다. 그만큼 퇴직 군인들이 정부나 사회로부터 존중받는다는 뜻이다. 향군을 포함한 우리 호국·안보 단체들이 그런 대우를 받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으려면 뼈를 깎는 자성과 개혁이 있어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