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 논리 손 들어줘
법안 발목잡기 앞장
金 “기활법 반대하지 않아
선거법과 같이 처리 하자”
與 “김종인 말바꾸기 선수
의회주의에 대한 폭거”
운동권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던 김종인 더불어민주당(더민주) 비상대책위원장이 여야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 자신이 비판하던 운동권의 전형적 행태와 달라진 것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 비대위원장은 “기업활력제고특별법(기활법)을 처리하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고 거듭 밝히고 있지만, 합의문에 없던 선거법 문제를 들고 나와 동시 처리를 주장했는데 이는 자신 생각이나 행동패턴은 항상 옳다는 생각에서 상대방의 주장은 무조건 반대하고 심지어 여야 합의를 아무렇지도 않게 파기하는 운동권식 행태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기활법 등 현안에 대해 원내대표단에 힘을 실어주겠다고 하다가 갑자기 협상 내용을 트는 등 너무 쉽게 말을 바꾼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 비대위원장은 1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합의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야당이 추구하는 법인 것처럼 선거법이 한 달 넘게 방관되고 있어 국회 입법 처리 절차에 관해 이의를 제기하고 같이 처리하자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처럼 ‘이 법은 절대로 안 된다’ 그런 식으로 운영은 절대 안 한다”고 강조했다. 또 “법을 통과시켜주지 않아 비대위원장이라는 사람이 자기가 말한 것을 뒤집지 않느냐고 하는데 그런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야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에 대한 충분한 설명은 되지 않는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1월 29일 “협상 전략에 문제가 있다. 기활법을 먼저 협상해주고 선거법을 요구하면 새누리당에 이용당한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청한 한 의원은 “1월 23일 합의가 됐으니 29일까지 시간은 충분했다”며 “국민이 보기에는 더민주가 갑자기 새 문제를 꺼내 기존 합의를 깬 것이고, 과거 행태와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김 비대위원장은 본회의가 열리기 바로 전날인 28일 오찬에서도 “지금까지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중심으로 잘 협상했으니 그대로 둘을 중심으로 잘 진행되면 좋겠다”는 취지로 발언한 바 있다.
현역 국회의원이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원내 협상에 개입한 것이 정당하냐는 비판도 나온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원외(인사)인 김 비대위원장이 원내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의회주의에 대한 폭거이자 민주주의와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김 비대위원장이 말 바꾸기 대회에 출전한 선수 같다”며 “선대위에 친노(친노무현) 한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가 친노인지 아닌지 개념도 없다고 바꾸고,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 잘못된 정치라고 했는데 본인이 직접 파기했다”고 비난했다.
문화닷컴 조성진·손우성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