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의 1월 성적표가 참담하다. 수출은 지난해 열두 달 내내 마이너스를 기록한 만큼 13개월째 하락이 새삼스럽지는 않다. 그러나 1월 수출 실적은 367억4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8.5% 급감(急減)하면서 금융위기 영향권에 있던 2009년 8월(-20.9%)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2년 전만 해도 500억 달러를 오르내리던 월 수출액이 300억 달러대로 주저앉은 것이다. 전체 수출의 78%를 점하는 13대 주력 품목이 모두 내리막인 것도 전례 없는 일이다. 그나마 선방해왔던 스마트폰 등 무선통신기기마저 무너졌다. 어느 한 군데 믿을 구석이 없어졌다는 뜻이다.
물론 악재가 겹겹이다. 국제유가 추락으로 석유화학·석유제품이 직격탄을 맞았고, 중동·러시아 같은 산유국으로의 수출이 힘겨워졌다. 최대 교역국 중국의 성장이 주춤하면서 대중(對中) 수출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가 무색하게 21.5%나 줄었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경기불안이 가시화하는 신흥국도 수출 길이 막혔다. 철강·석유화학 등 공급 과잉 업종 중심으로 수출단가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수출 물량 자체가 5.3% 감소한 것이 심상찮다. 수출 가격은 언제든 회복할 수 있지만, 물량이 줄면 공장 가동률 하락과 함께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수출 쇼크가 저유가, 글로벌 경기침체 등 외부변수에서 비롯된 측면이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수출 의존도가 압도적인 한국경제의 충격은 남다르다. 근본적 문제는 외부 여건이 개선되더라도 예전처럼 수출을 끌어갈 엔진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13개 주력 품목의 마이너스 실적도 충격이지만, 10년째 주력 품목이 그대로인 것 또한 심각한 문제다. 제조업 중심으로 산업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IT·서비스와 결합한 혁신으로 새로운 동력을 발굴해야 한다.
1월 수출 쇼크는 한국경제가 벼랑 끝에 섰다는 위기 신호다. 소비 이벤트 효과도 사라지면서 내수까지 흔들리는 처지다. 그런데도 정부나 정치권에는 절박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야당은 기업 구조조정, 노동개혁, 서비스산업을 위해 화급한 경제 입법을 두고 ‘대기업을 위한 것’이란 해괴한 논리로 제동을 걸고, 유일호 경제팀의 첫 작품은 경제 청사진이 아니라 ‘국회 탓’ 타령이었다. 올해 수출을 2.1% 늘린다던 정부다. 이래서는 수출 회복도, 경제 회생도 어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