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 급조, 즉흥성 같은 건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다. 국민의 당이 꼭 그 짝이 되었다. 안철수의 '새 정치'에 대한 서원(誓願) 자체는 '새 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납니다"를 고창하는 초등생 만큼이나 순수했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주변에 몰려든 '헌 정치인'들과 '생계형 정당 기식(寄食)자'들 그리고 '금배지 헌터'들은 모두가 다 순수한 종(種)들만은 아니다. '안철수 어린이'는 결국 그들의 '헌 정치' 놀이에 한껏 마당만 만들어 준 채 졸도한 꼴이다.
지금까지 안철수 등 국민의 당 상층부가 보여준 언행의 궤적 자체도 그야말로 '헌 정치' 그 대로다. 사건이 터지자 안철수는 말했다. "그런 일이 없는 것으로 보고받았다" 딱 잡아떼기였다. 그가 알고 그랬건 모르고 그랬건 어쨌든 결과적으론 전형적인 '헌 정치'식 '삼계탕 삶아먹고 오리발 내밀기' 수법이었다.
그러다가 김수민이 “당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자복한 시점부터 안철수는 태도를 표변해 전후 3차례에 걸쳐 사과라는 걸 했다. 왜 처음부터 “어? 정말 몰랐네... 사실이라면 형사소추 이전이라도 관련자들을 지체 없이 공직과 정계에서 추방시키고, 저도 모든 책임을 다 지겠습니다”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러고도 ‘새 정치’?
이 건(件)은 처음부터 내부자 제보로 터지고 내부자(김수민) 실토로 들통 나기 시작한 사건이다. 경찰이나 검찰이 수사해서 시작된 사건이 아니다. 만약에 검경(檢警)이 처음 이 문제를 헤집었다면 아마도 틀림없이 “박근혜 정권의 야당 죽이기” 어쩌고 하며 입에 게거품을 물고 광화문 네거리에서 악악 고고 길길이 뛰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건 국민의 당 안에서부터 제 스스로 터져 나온 스캔들이다. 그런데도 뭐? 국민의 당 이상돈은 자체감사를 한다 하더니 기껏 한 소리가 “검찰이 만약 이걸 문제 삼으면 망신할 것...”이라? ㅋㅋㅋ
안철수는 결국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비대위원장에 앉은 사람은 저 이름도 유명한 박지원. 오! ‘새 정치’여, 그대는 듣는가, 그대를 파묻는 저 누추한 장송곡 소리를? ‘새 정치’란 결국 3류 뮤지컬 <그때 그 시절 그 얼굴 다시 한 번>의 서곡에 불과했더란 말인가? 저럴 바에야 지난 밤 웬 연습 소리는 그토록 요란했는가? ‘새 정치’ 노래 두 번만 불렀다간 사람 정말 기막히고 코 막혀 칵하고 쓰러지겠다... 끔찍!
새누리 정진석(김모 비대위원장은 빼고), 더불어 김종인, 국민 쪽 박지원이 만들어가는 정계라... 셋 다 의뭉, 능청, 더덤수, 술수, 꼼수의 대가들이다. 정치는 순진-순수만 가지곤 안 되는 건 줄은 익히 안다. 그렇다고 그 반대 쪽 극단으로 치달아가지고서도 금수(禽獸) 아닌 인류가 사는 세상의 법도를 잡아갈 수는 또 없다. 뭐니 뭐니 해도 진실(眞實), 진정(眞正), 진지(眞摯)가 있어야 그게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고 정의(定義)된 바, 정치의 대도라 할 것이다.
유권자들도 성찰해봐야 한다. 적잖은 영국 유권자들이 EU 탈퇴에 찬성해놓고선 “EU가 뭐에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이게 바로 중우(衆愚) 정치라는 것이다. 자문하자. 우리도 선거정치 때 중우였나 아니었나? 국민은 그들의 수준만큼의 정치밖엔 누릴 수 없다고 했다.
류근일 2016/6/29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