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열린 20대 국회 이틀째 대정부 질문에서 질문자로 나선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과 의원석에 앉아 있던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간 끝에 질문이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김 의원이 황교안 총리를 상대로 현 정부의 지역 편중 인사에 대해 질문하던 도중 새누리당 의원들이 항의하자 "(새누리당 의원들이) 총리의 부하냐"고 소리를 질렀다. 김 의원은 대전 지역구인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을 거명하며 "대전 시민들은 어떻게 저런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뽑아놨느냐"라고까지 했다. 야당 의원이 정부 인사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생각이 다르다고 그 의원을 선출한 지역민까지 모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때문에 중단된 질문은 국민의당 측의 사과로 몇 시간 뒤 가까스로 재개됐다.
국회에서 이 정도 고성이 오가고 회의가 중단되는 것은 최루탄과 해머까지 등장했던 우리 국회 수준을 감안하면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권 모두가 막말·저주 정치를 그만두고 협치(協治)를 하라는 게 20대 총선 민심이라고 해왔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혹시' 하는 기대를 가졌으나 며칠도 안 돼 무너져버렸다. 이대로 두면 앞으로 4년도 과거와 똑같이 흘러갈 것이다.
국회 대정부 질문은 과거 권위주의 시절 최소한의 정치 언로(言路)로 중요한 기능을 했다. 국민들이 대정부 질문을 들으며 후련해하는 순기능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엔 점차 무책임한 폭로와 일방적 비난, 자기 자랑의 무대로 변질돼온 것이 사실이다. 각 당이 대정부 질문에 상대 당을 공격하는 '저격수'를 배치하는 등 작전을 짜는 지경이다. 정부 정책을 묻고 따지는 대정부 질문이 아니라 대표적인 정쟁(政爭) 무대로 바뀐 지는 이미 오래다.
이런 대정부 질문이라면 차라리 폐지하는 게 낫다는 주장이 정치권 내부에서 나온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17대 국회 때인 2004년에는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 대표가, 정권이 바뀐 2010년엔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정치 폭로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똑같은 이유를 들어 폐지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미 시대적 효용을 잃었을 뿐 아니라 없애는 쪽이 오히려 정치를 순조롭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정치인들도 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대정부 질문에서 할 질문은 국회 상임위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상임위 차원을 넘는 중요한 국가적 현안이 있을 때는 여야 합의로 전체 의원이 참석하는 긴급 현안 질문 제도를 활용하면 된다. 어떤 제도라도 수명이 다했다면 없애는 게 옳고 대정부 질문이 바로 그런 경우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