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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인터뷰

김영란 법의 본질을 알면 깨끗하고 밝은 사회가 보인다!

돕는 것도 주는자, 받는자, 그 물건이 깨끗해야 한다. 이것을 생각하면 김영란법은 사회를 정화 시킬 간단한 법이다.



<칼 럼>

   

송 재 운 박사 / 동국대학교명예교수

 

원제목 : 무외시(無畏施)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타인을 어려움을 살핌, 그 본질은?>


무외시(無畏施)란 말은 불교 용어지만,

종교와 인종을 초월하여 모든이에게 통용될 수 있는 것이어서 여기에 쓴다.


문자 그대로 풀어 보면

  ‘무無는 없음,

  외畏는 두려움, 공포,

  시施는 베품’이다.


즉 “두려움(畏)이 없는 것(無), 곧 자비를 베푼다(施)”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이는

내 자신의 용모나 언행, 그리고 어떤 처사가 남에게 고통을 주어서는 안되는 것, 이것이 무외시이고,

남이 곤경에 처했을 때에 그를 거기서 구해 주고 잘 살 수 있도록 돕는 것, 이것이 또한 무외시다.


이러한 무외시는 불교에서 남에게 베푸는 세 가지 보시(布施)중의 하나이다.

잠깐 그 연원을 살펴 본다.


대승불교의 수행에 육바라밀(六波羅密)이 있다.

여섯 가지 바라밀인데, 그 조목을 들어 보면

보시(布施-널리 베품)

지계(持戒-계율을 지킴)

인욕(忍辱-욕됨을 참음)

정진(精進-열심히 닦음) 선

정(禪定-고요히 명상에 듬)

지혜(智慧-부처님과 같은 마음 경지)이다.


이 여섯 가지의 덕목을 열심히 실천하고 닦으면

모든 사람은 저 피안(彼岸), 즉 열반(涅槃)에 이른다고 하였다.


여기서 피안이란 일체의 고(苦)를 해탈한 열반의 세계, 성불의 경지를 이름이다.


육바라밀!

그중에서도 으뜸은 베푸는 것, 즉 남에게 널리 주는 ‘보시’인 것이다.


보시에는 세 가지가 있다.

재시(財施), 법시(法施) 무외시(無畏施)가 그것인데,


재시는 중생에게 재물을 베푸는 것이요,

법시는 진리(佛法)를 가르쳐 주는 것이며,

무외시는 위에서 든 바와 같이 남에게 두려움을 주지 않는 것이고,

또 두려움 속에서 고통 받는 중생을 건져주는 것이다.

결국은 남에게 깊은 사랑과 자비를 베푸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이 세 가지의 베품에 있어 절대로 상(相)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하였다.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여야 한다.


이 말은 내가 누구에게 무엇을 주었더라도

‘주었다는 생각’ 조차 가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남을 도와줄 때 무슨 이익 또는 댓가를 바라거나

내가 남을 도와 주고 도와 줬다는 생색을 내면 그건 하나의 거래이지 진정한 보시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보시에는 세 가지의 깨끗함(淸淨)이 있어야 한다.

주는 즉 베푸는 사람(布施者)이 깨끗해야 하고,

주는 물건(施物)이 깨끗해야 하며,

역시 시물을 받는 사람(施受者)도 깨끗해아 한다.


주는 사람, 주는 물건, 받는 사람 모두가 깨끗해야 하는 것이다.

이 셋을 수레바퀴에 비유, 삼륜청정(三輪淸淨)이라 한다.

여기서 한 가지라도 부정하다면 그건 참다운 보시가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선 ‘김영란 법’을 두고 논의가 분분하다.


김영란 법 제정의 근본 배경은

우리 사회 (정치 경제 문화 교육 언론 등)의 ‘주고 받는 문화’가 잘못된 데에 있다.

말하자면 삼륜(三輪-주는 이, 주는 물건, 받는 이)이 한 군데도 청정치 못한 데서 나온 법이다.

불가의 보시법을 새겨 볼 일이다.


우리 실버세대들도 무외시를 실천하였으면 한다.


노년의 표정은 대개 굳어 있어 얼굴에 웃음기가 드물고 무뚝뚝하기 일쑤다.

그래서 남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보다는 불쾌감을 줄 수 있다.


내가 남에게 두려움을 주지 않고 환희심과 기쁨을 주는 것이

‘무외시’라면 거기엔 부드러운 ‘웃음’ 아름다운 ‘미소’가 제일일 것이다.


20 세기 정치 지도자 중 얼굴에 늘 웃음을 띄어 상대방에게 기쁜 마음을 갖게 했던 사람은

중국 국민정부 주석이었다가, 모택동에게 밀려 대만으로 간 장개석(蔣介石)총통이다.


60 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서울 북창동 중국집들에는 문을 열고 들어서면

현관에 빙그레 미소 짓는 장개석 총통의 상반신 초상화가 큼직하게 걸려 있었다,

그 분의 웃는 초상화를 대하면 누구나 먹지 않아도 종일 기분이 좋았다. 이런 것이 바로 무외시다.

 

경주 토함산 석굴암 부처님은 언제 봐도 그 안면에 원만무애하고 온화한 미소가 서려 있다.

아침해를 받고 있는 모습을 대했을 때의 은은한 미소는

보는이에게 자비심과 더불어 경건함과 숭엄함을 함께 자아내게 한다.

종교와 인종을 초월해서 어느 사람이 보아도 가슴에 와닿는 미소다.

이것이 석굴암 부처님의 무외시다. 그리고 이 무외시는 영원 무궁하다.


또 충남 서산 마애삼존불도 이와 다르지 않다.

세 부처님의 소박한 웃음은 문자 그대로 천진보살(天眞菩薩)이다.

순박한 농부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삼존불을 보면,

우리들 이승(此岸) 사람의 웃음도 저렇게 티 없고 순진할 수 있을까, 몇 번이나 생각해 보게 된다.


도가(道家-노장철학)에서는

이상적 인간상을 ‘참다운 사람(眞人)’ 이라하고 이를 ‘영아(嬰兒-갓난아기)’에 비유한다. 그

래서 우리는 영아의 웃음과 저 삼존불의 웃음을 비교해 볼 때가 있다.


영아의 웃음은 천진무구(天眞無垢)하다.

그러나 그것은 철모르는 웃음이다.

부처의 웃음은 철나서 세상을 깨우친 웃음이다.

그 웃음 속에는 중생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고자 하는 서원이 들어있다. 바로 무외시다.


흔히들 서산 마애 삼존불을 보고 ‘백제의 미소’라 한다.

그렇다면 석굴암 부처님은 ‘신라의 미소’라 하겠다.

그러니 이들 부처님은 바로 <한국의 미소> 이고,

이 한국의 미소는 지금 세계를 향하여 ‘무외시’를 행하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


장개석은 미소를 자기 얼굴에 만들기 위하여

18세 때부터 아침에 기상하면 큰 거울 앞에서 평생동안 웃는 연습을 하였다고 한다.

이 덕에 그는 돈 안 들이고 세계인들에게 웃음으로 따뜻한 마음을 베푸는 무외시(無畏施)를 행하였던 것이다. 늙었지만 우리도 한번 배워 볼 일이다.


석굴암과 마애삼존불은 비록 돌(石)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 선조들의 따뜻한 심성이 깃들어 있다.


수 없는 날을 두고 정으로 돌을 쪼아 웃음을 새길 수 있었던 것은

중생의 고통을 헤아리는 예술가의 무외시의 발로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100세 시대를 맞이하여 실버세대가 남에게 불쾌감 주지 않고

기쁜 마음을 갖게 할 무외시의 방법은 역시 불가에서 행하는 ‘화안애어(和顔愛語)가 으뜸일 것이다.


그렇다.

모두가 얼굴 표정을 온화하게 하고,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말씨를 써서 대하는 이들이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환희심을 갖도록 하자.

이를 행하는 일이야말로 노년에 복짓는 일이 될 것이다.

(2016. 10. 1. 월간 한맥문학. 10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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