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재판부와 박 대통령 측 대리인 사이에 감정 충돌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20일 열린 15차 변론에선 더 하겠다는 박 대통령 측과 끝내자는 재판부가 부딪치면서 고성까지 나왔다. 지금 재판부는 박 대통령 측이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퇴임일인 3월 13일 이후로 재판을 지연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보고 있고, 박 대통령 측은 헌재가 3월 13일 이전이라는 데드라인을 정해놓고 무리하게 재판을 끌고 나간다고 불만이다.
탄핵 찬성과 탄핵 반대로 갈라진 갈등이 나라를 두 쪽 낼 지경이다. 어떤 결정이 나든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된다. 재판부와 변호인단은 재판이 최소한 감정적 앙금만은 남기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그러려면 양측 모두 언행에 신중을 기해야 하고 특히 재판부가 특단의 인내로 재판을 이끌어야 한다.
21일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촛불과 태극기 세력이 내전(內戰)에 가까울 정도로 대립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은 (탄핵 심판 종료 전에) 하야하고 정치권은 박 대통령 사법처리 부담을 덜어줘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의견이다. 그러나 현실화 가능성은 거의 없다. 청와대는 "말이 안 된다"고 하고, 친박은 "탄핵이 기각될 것"이라고 한다. 야당들은 "박 대통령에 대한 사법 절차는 정치권이 막을 수 없다"고 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끝장을 보겠다는 두 열차가 정면충돌
로 내닫고 있다. 열차에 올라탄 극렬 세력들은 열차 속도를 올리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정치인들은 그 눈치를 보며 영합하고 있다.
결국 헌재가 역사에 남을 판결을 내리는 수밖에 없다. 법리 판단도 그러해야 하지만 절차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모두가 살얼음판을 걷는다는 심정으로 말 한마디 한마디도 조심해야 한다. 그래야 승복의 주춧돌 하나라도 놓을 수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2/21/201702210344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