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세계의 주목을 끈 미중 정상회담이 북핵 문제를 놓고 견해차만 확인한 상황에서 미 정부의 시리아 공습 감행 후 미국의 첨단 전략자산들이 속속 한반도 주변으로 모여들고 있다. 4월에는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15일) 등 북한의 주요 행사가 많아 한반도의 긴장 수위가 더욱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 한반도로 몰려드는 미국 전략자산
보름 전 한미 연합 독수리훈련(FE)에 참가한 뒤 호주와의 연합훈련을 위해 이동하던 미국 칼빈슨함 항모전단은 8일 싱가포르 해역에서 뱃머리를 한반도로 다시 돌렸다. 미중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이자 시리아 공습이 벌어진 뒤 불과 하루 만이다. 70여 대의 최신예 전투기를 실은 항모와 여러 척의 이지스함, 핵추진 공격 잠수함 등으로 이뤄진 1개 항모전단의 위력은 웬만한 중소 국가의 전체 군사력과 맞먹는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도발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대북 무력시위”라고 말했다. 북한이 ‘마지노선’을 넘으면 시리아 공습처럼 미국이 독자적 대북 군사 조치에 나설 수도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경고로 해석된다.
일본 요코스카(橫須賀) 기지에 있는 로널드레이건 항모전단도 유사시 한국 인근 해역에 급파될 태세를 갖추고 있다. 대형 강습상륙함 본험리처드함도 한반도로 이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괌 기지에 있는 고고도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5대도 다음 달부터 일본 요코타(橫田) 기지에 전진 배치돼 북한의 핵·미사일 집중 감시에 들어간다.
주변국에선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우려하는 발언과 기사가 잇따라 나오기 시작했다. 일본 자민당 내 대표적 ‘포스트 아베’ 주자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은 9일 “서울이 불바다가 될지도 모른다”며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 구출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10일 ‘북한이 제2의 시리아가 될 것인가’라는 사설에서 “북한의 6차 핵실험은 미국에 (군사행동의) 결심을 하게 하는 최후의 결정적인 이유가 될 수 있다”며 “미국의 북한에 대한 공격은 핵시설이나 군사시설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참수작전’ 등이 포함되고 대규모로 확전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 북-미, 강 대 강 대결로 치닫나
북한은 미중 정상회담 직전인 6일 단거리 미사일을 쏘아 올린 이후 별다른 군사적 도발이나 강경 발언 없이 조용하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북한은 그동안 태양절을 앞두고 미사일 발사 등을 통해 자축 분위기를 고조시키기도 했다. 더욱이 올해 태양절은 105주년이라 북측이 중시하는 ‘꺾어지는 해’(정주년·5주년이나 10주년)에 해당한다. 25일에는 조선인민군 창건기념일 행사가 예정돼 있다.
이런 가운데 11일 열리는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13기 5차 회의에서 북측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김정은은 2012년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을 개정해 서문에 ‘핵보유국’이라고 명시하는 등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미사일 관련 내용을 다룰 때가 많았다.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 조건을 언급하면서도 레드라인을 분명하게 제시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방송 인터뷰에서 미군의 시리아 공습에 대해 “어떤 국가든 국제 규범과 협정, 약속을 위반하고 다른 이들을 위협하면 어느 순간에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는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이 (핵무기) 운반 시스템을 완성했다고 판단하면 심각한 단계가 된다”며 북핵의 레드라인으로 지목했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하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기술을 완성했다고 과시하는 순간 레드라인을 넘는다는 얘기다.
출처 동아닷컴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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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donga.com/Main/3/all/20170411/83793009/1#csidxf94fccdcb36ea4b9c33b940c816deb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