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31일 국방부가 처음 보고서에 있던 '사드 4기 모 캠프 보관'이란 문구를 삭제했다고 발표했다. 또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4기가 추가로 들어왔느냐'고 묻자 한민구 국방장관이 '그런게 있습니까'라고 모르는 척했다는 발표도 했다. 이 발표가 맞는다면 국방부가 사드 상황을 자세히 보고하지 않은 것은 문제다. 청와대는 국방부가 '한국에 전개됐다'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 했다고 한다. 사드는 새 정부의 중요한 관심사인 만큼 최대한 상세히 보고해야 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발사대 4기가 이미 한국에 들어와 있다는 것은 4월 말부터 공지 사실이었는데 어떻게 청와대 안보실장이 그것을 모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말 몰랐다면 이 자체가 심각하다. 국방부가 무엇을 감춘다는데, 새 대통령에게 잘 보이기 바쁜 국방부가 감춰서 얻을 실익이 뭐가 있는지 알 수 없다. 또 곧 새 국방장관이 오면 즉각 들통날 텐데 어떤 바보가 무엇을 왜 감추나. 군사 용어의 이해가 서로 다른 데서 온 오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청와대는 처음에 정 안보실장이 한 장관에게 '4기가 추가로 배치됐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한 장관은 그런 일 없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군사적으로 배치는 작전 운용 단계를 말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에 대한 지적이 있자 나중에 '배치'라는 표현을 수정했다. 이날 한 장관이 '뉘앙스 차이'라고 해명한 것도 이를 말하는 것으로 들린다.
국방부는 이날도 '사드 1개 포대를 전개했다'는 표현으로 모든 것을 보고했다는 생각이라고 한다. 군인으로서는 그럴 수도 있다. 1개 포대는 발사대 6기로 구성되고 2기는 이미 배치됐으니 당연히 나머지 4기는 국내에 반입돼 배치를 기다리는 상태라는 것은 추가 설명이 필요 없다고 봤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국방부가 보고서 표현에 더 신경을 썼으면 이런 사달은 없었을 것이다.
국방부의 불찰이 있었다 해도 청와대가 내부적으로 질책하면 끝날 일이었다. 군사 무기 문제는 비밀로 다루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왜 마치 '국기 문란'이나 벌어진 듯이 공개적으로 격앙하는지 영문을 알 수 없다. 당장 중대한 한·미 정상회담이 코앞이다. 주한 미군 기지와 한국을 방어하는 무기 체계를 놓고 한국이 중국 눈치를 보며 오랫동안 논란을 벌이다 이제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는 것을 미국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분명하다. 당장 미 국방부 대변인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드 배치 과정은 매우 투명했다"고 언급했다. 자칫하면 본격적 한·미 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새 정부가 왜 문제를 이렇게 키우는지 궁금하다. 일각에서는 사드에 반대하는 중국을 의식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중국이 문제 삼는 것은 오로지 사드 레이더이지 사드 발사대 개수가 아니다.
동맹국 미국이 주한 미군 기지를 보호하기 위해 사드 배치를
요청했는데 중국이 싫어한다고 거절하면 동맹이 온전할 수 있겠나. 한·미 동맹이 흔들리면 우리가 전쟁을 억지하고 북핵·미사일로부터 국민을 지킬 수 있는가. 당장 이번 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인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미국이 강하게 항의할 지도 모른다. 국방부 부실 보고가 있었으면 내부적으로 책임을 묻고 정작 중요한 동맹 관리와 안보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5/31/201705310353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