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16일 의원총회에서 북핵에 맞서기 위해 전술핵 재배치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바른정당도 유승민 의원 등이 나서서 북핵 위기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때까지 전술핵을 배치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최근 핵무장 여론이 60%를 넘는 것은 그것 외엔 핵을 가진 김정은을 억지할 방법이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여권 일부에서도 전술핵 재배치에 동의하는 견해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당은 여전히 전술핵 재배치에 부정적이다. 그런데 반대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 '전술핵 배치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기정사실화하자는 자기모순에 빠지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최근 거론되고 있는 전술핵 재배치론은 지금 당장 하자는 것이 아니라 북핵을 막을 수 없는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날 경우의 대책이다. 대북 군사 조치는 한국 정부가 막아서 불가능하고 대북 제재는 중국이 숨통을 터줘서 역부족이라면 북핵을 막을 방도가 없다. 대화와 협상으로 폐기될 북핵이었다면 벌써 없어졌다. 그래서 많은 국민이 조만간 북의 핵보유 전략이 성공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고 그 경우에 무슨 대책이 있느냐고 정부에 묻는 것이다.
전술핵 재배치 반대론자들은 '북핵 폐기 실패를 가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거라면 일리가 있을 수도 있는 주장이지만 이제 북한은 최종 6차 핵실험과 ICBM 발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20여 년 북핵 게임이 어떤 식으로든 결판날 마지막 순간이 눈앞이라는 뜻이다. 더 이상 말을 돌리며 현실을 회피할 상황이 아니다. 집권 세력은 최종적으로 북의 핵보유를 저지하지 못할 때도 전술핵 재배치를 반대할 것인지, 그렇다면 다른 대안은 무엇인지 이제는 밝혀야 한다.
정작 문제는 미국의 태도다. 미국 정부는 전술핵 재배치 반대라고 한다. 세계 핵 확산 금지라는 더 큰 이익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백악관 참모들과 한국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여전히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우리가 이런 미국을 설득하려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도 부족할 판이다. 그런데 아예 우리 정부가 전술핵 재배치 방안을 검토조차 하지 않는다니 무엇으로 5000만 국민의 핵 인질화를 막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1991년 이전에는 대한민국에 전술핵이 있었고 북한에 핵이 없었다. 북이 핵을 개발할 기미를 보이자 미국이 전술핵을 철수시키면서 남북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합의했다. 이것으로 북핵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그 뒤로 이어진 수많은 오산과 환상, 시행착오의 시작이었다. 그 결과 이제 북한에 핵이 있고 한국에 핵이 없는 기막힌 역전이 벌어졌다. 출발점이 잘못된 것으로 판명 났다면 바로잡는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정부는 북핵 폐기가 실패로 굳어질 경우 전술핵을 반입해 자위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미리 천명해놓을 필요가 있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16/201708160312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