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레드라인(Red Line)'의 개념을 분명히 하며 북한의 잇단 도발에 경고를 보냈다.
'레드라인'의 개념은 상당히 명료해졌지만, 정작 이를 넘으면 어떻게 하겠다는 대응책은 여전히 추상적이어서 아쉬움을 남겼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ICBM 탄도미사일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서 무기화하게 되는 것이 레드라인"이라며 "지금 북한은 점점 그 레드라인의 임계치에 다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다소 불분명한 측면이 있었던 '레드라인'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대륙간 사거리를 갖춘 탄도미사일 개발을 마쳤고, 남은 기술적 과제는 대기권 재진입과 탄두 소형화 등에 국한돼 있어 문재인 대통령의 설명대로 '임계치'에 다다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이 결국 레드라인을 넘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설명은 미흡했다. 지금까지 국제사회의 제재가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도 "더욱 강도높은 제재"밖에 언급되지 않아 여전히 대응 방안이 추상적이라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 이 단계에서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을 막아야 한다"면서도 "북한이 또다시 도발을 한다면 더더욱 강도 높은 제재 조치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북한은 결국 견뎌내지 못할 것"이라고만 설명했다.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가 군사적 도발과 침략행위를 유효적절하게 제어한 사례는 거의 없다. 1930년대 중반, 베니토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이탈리아가 에티오피아를 침략하자 국제연맹이 경제 제재에 나섰지만 결국 에티오피아는 멸망했을 뿐더러 국제 정세는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미증유의 전쟁 돌입으로 나아갔다.
'레드라인'을 구체적으로 설정하면서도 이를 넘었을 경우의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경제 제재"만 언급함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레드라인'을 심각하게 여기게 만드는데 실패했다는 아쉬운 반응이 뒤따른다.
북한을 향한 경고의 메시지 외에도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미국과 우리 사회 내부의 보수 세력을 향한 메시지도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다"며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누구도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아울러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에 대해 어떤 옵션을 사용하든 그 모든 옵션에 대해 사전에 한국과 충분히 협의하고 동의를 받겠다고 약속했다"며 "그래서 '전쟁은 없다'는 말을 국민들께서 안심하고 믿어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지난 광복절 경축사의 메시지를 재천명한 것이다. 북한이 군사행동을 한다면 당연히 우리의 동의 없이 할 것이기 때문에, 결국 이는 동맹국인 미국을 향한 메시지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미국만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을 하지 않으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6·25 전쟁을 언급했지만, 6·25는 우리의 동의, 미국의 행동과 전혀 관계없이 북한 김일성의 기습 남침 결정으로 일어났다.
북한이 먼저 군사행동을 해서 전쟁이 날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하고 있는 듯한 문재인 대통령의 인식에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안심을 촉구하면서 '전쟁 위기를 부추기는 세력'을 비판했다. 이 비판이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은 없을 것이라 자신있게 말씀드린다"며 "전쟁 위기를 부추기고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사실이 아닐 뿐더러, 국민에 대한 도리도 아니고 우리 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출처 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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