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 내달 임기가 끝나는 양승태 대법원장 후임에 김명수 춘천지법원장을 지명했다.
김 법원장이 대법원장에 임명된다면
대법관을 거치지 않고 대법원장이 되는 것으로 사법부 초창기인 1960년대 이후 처음이다.
김 후보자는 대법관이 될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사람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법부의 상징인 대법원장은 다른 문제다.
그가 사법부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해선 많은 사람이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대법관들 사이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겠는지와 함께 사법행정 경험이 부족한 경력도 의문이 들게 한다.
김 후보자가 대법원장 후보가 된 것은
법원 내 진보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냈다는 이력 때문일 것이다.
그가 지휘하는 사법부가 어떤 색깔을 띠게 될지도 자연스레 짐작할 수 있다.
대법원장은 전국 법관에 대한 인사권을 갖는다.
김 후보자는
기존 사법부 지휘부에 반기를 들었던 법원 내 판사들과 동질적인 정서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판사들을 향해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판사를 어떤 자리에 중용(重用)하는지 하는 것이
법관들의 판결에 음으로 양으로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더구나 대법원장뿐 아니라
문 대통령의 임기 동안 다른 대법관 12명도 이미 교체됐거나 교체 대상이다.
사법부 전체가 정권 교체를 계기로 대대적인 인적 교체의 시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인적 교체가 정치, 이념 면에서
뚜렷한 지향성을 갖게 된다면 그건 사법부의 신뢰 측면에서 바람직스럽지 않은 일이다.
그러지 않아도 최근 특정 정치 성향 네티즌들이 개별 판사들에 대해 SNS를 통해 공격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런 데다 사법부 내부에서까지 정권 교체를 계기로 내부 분열이 적나라하게 벌어졌다.
이런 영향들이 모여 사법부의 법률 해석이 종전과 상당히 다른 쪽으로 흐를 경우 국민들은 그런 사법부에 신뢰를 주지 않을 것이다.
헌법재판소장도 김이수 헌법재판관이 지명된 후
야당의 반대로 인준이 이뤄지지 않고 90일 넘게 표류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김 후보의 정치적 편향성 때문이다.
이달 초 지명된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 역시
주요 선거 때마다 특정 정당 후보 지지 선언을 했고
지난 대선 직전에는 민주당 인재 영입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사람이다.
야 3당이 지명 철회를 요구하자 민주당 의원은 대놓고 "헌재는 정치적 사법기관"이라고 한다.
문 대통령이 처음 대법원장으로 검토했다는 박시환 전 대법관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었다.
21일 법무부가 '탈(脫)검찰화'를 내세워 법무실장에 임명한 외부 변호사 역시
우리법연구회 핵심 멤버로 활동했던 사람이다.
그는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처럼 2003년 사법 파동에 적극 참여했다.
현 청와대의 법무비서관도 우리법연구회의 후신 격인 국제인권법연구회 간사였다.
이렇게 얽히고설키기도 힘들 것이다.
특정 진보 조직 하나가 사법부 전체를 장 악하는 듯한 모습이다.
그 조직이 아니라도 같은 성향의 사람들만 발탁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사법부 독립성이 지켜지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청와대는 이날 대법원장 인선에 대해
"관행을 뛰어넘는 파격이 새 정부다운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파격이 양념이 아니라 본질이라는 논리도 그렇지만
그것을 대법원장직에까지 적용한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21/201708210277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