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공무원 또 극단적 선택
“외부인사만 중용 조직 무너져”
“인사 대탕평 필요” 목소리도
서울시 공무원 사이에서 시장 3선 도전을 사실상 굳힌 것으로 알려진 박원순(사진) 서울시장에 대한 거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박 시장이 3선 도전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탕평 인사 등으로 내부 조직을 먼저 추슬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8일 서울시청 예산담당관 소속 7급 공무원 A(28) 씨가 격무를 호소하며 자택에서 투신자살한 이후 서울시공무원노조는 19일과 21일 두 차례 성명서를 내고 “박 시장이 아직 흔한 애도 글도 올리지 않고 있다”며 “직원 고충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시민단체 출신으로 공무원 조직을 모르는 박 시장과 측근들이 시에 와서 행하는 전횡을 비판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시청의 한 간부는 “공무원을 신뢰하지 않고 측근과 민간 전문가에 의존한 결과, 인사 시스템이 무너져 불행한 일이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직원 자살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누적된 박 시장에 대한 비판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박 시장은 20일 자살 공무원의 유족들을 면담·위로했고, 같은 날 오후 시청 다목적홀에서 4급 이상 간부 공무원 300여 명을 소집해 향후 개선점 등을 논의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공무원들의 반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로 많은 공무원은 박 시장을 보좌하고 있는 시민단체 출신 정무직 인사들을 ‘6층 사람들’ ‘비선 실세’라고 부르며 반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 시장 재임 기간 요직을 거친 일부 고위 간부들도 ‘부역자’로 낙인 찍혀 내부 비판에 직면하는 등 시청 조직이 분열될 조짐마저 감지되고 있다.
시청 또 다른 간부는 “많은 직원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데 시장은 선거운동만 하고 다닌다”고 지적했다. 시청 내에서는 박 시장이 국가정보원의 ‘박원순 제압 문건’을 문제 삼아 이명박(MB) 전 대통령을 고소한 것과 관련, 내년 더불어민주당 시장 경선을 대비해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을 겨냥한 정치적 제스처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강석호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박 시장 재임 기간인 2012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자살한 서울시 공무원은 7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투신한 A 씨를 비롯, 20대 보건연구사부터 50대 행정직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공무원들의 ‘극단적 선택’이 2013년을 제외한 매년 이어지고 있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박 시장이 지난 6년 시정을 통해 서울시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많은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런 개혁 과정에서 소외된 시청 공무원을 다독이고, 조직을 재정비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출처 : 문화 닷컴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