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박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은 16일로 만료됐으나, 박 전 대통령 사건 심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 합의22부는 지난 주 박영수 특검이 추가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은 내년 4월17일까지 연장됐다.
구속기간 연장 후 정치권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법정 진술 형식을 통해 자신의 심경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변호인단은 물론 저 또한 무력감을 느끼고 있으며, 재판부가 공정한 심리를 할 것이란 기대를 접었다’는 취지로 발언해, 향후 재판을 사실상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분석이 맞는다면, 박 전 대통령 재판은 정국의 흐름에 미묘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돌발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발언의 진위 및 그 배경을 두고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피고인이 재판을 거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나 피고인이 재판부에 강한 불신감을 드러내면서, 사실상 방어권을 포기할 수는 있다.
이경재 변호사를 비롯한 변호인단이 실제 사임계를 내고, 박 전 대통령이 후속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는다면, ‘재판 보이콧’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물론 형사소송법에 따라 국선변호사가 지정되지만, 변호인 선임을 포기한 박 전 대통령이 국선의 변론에 협조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 경우 남은 재판일정은 매우 빠르게 진행되겠지만, ‘피고인의 방어권 포기’라는 이례적인 상황이 몰고 올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법정진술을 통해 남은 재판에서 방어권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지난 6개월은 참담하고 비참했다”는 말로 입을 연 박 전 대통령은, “한 사람에 대한 믿음이 상상하지 못한 배신으로 되돌아왔고, 이로 인해 모든 명예와 삶을 잃었다”고 자책했다.
박 전 대통령은 관련 사건으로 옥고를 치르고 있는, 지난 정부 관계자 및 기업인에 대한 안타까움도 나타냈다.
“저를 믿고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직자와 기업인들이 피고인으로 전락한 채 재판받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참기 힘든 고통이다.”
그러면서도 박 전 대통령은 “사사로운 인연을 위해 권한을 남용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공정한 재판을 통해 진실을 밝히려는 마음으로 담담히 견뎌왔다”고 심경을 전했다.
그는 “구속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재판부의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변호인은 물론 저 역시 무력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변호인단이 사임의사를 전해왔다”며, “정치적 외풍과 여론의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할 것이라는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은 “향후 재판은 재판부 뜻에 맡기게 됐다”면서, 방어권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다만 그는 “앞으로 더 어렵고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저를 믿고 지지하는 분들이 있고,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 믿기에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관련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기업인 및 공직자에 대한 선처를 바라기도 했다.
그는 “법치의 이름으로 이뤄지는 정치적 보복은 저로 끝났으면 좋겠다”며, “멍에는 제가 지고 갈테니, 다른 공직자와 기업인에게 관용이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출처 뉴데일리 /사회부장 양원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