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과 관련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17일 남북회담에서 북측에 마식령 스키장 훈련과 올림픽 전야제 금강산 개최, 개회식 공동 입장,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등을 제안해 합의문에 반영시켰다. 북은 230여명의 응원단과 30여명의 태권도 시범단, 기자단도 파견하기로 했다. 친북(親北) 단체인 조총련 응원단 활동까지 보장키로 했다. 평창에 오는 북 선수는 고작 10여명인데, 삼지연 관현악단 140명을 합쳐 약 500명의 북한 선전요원들을 받아들이기로 한 셈이다.
원산 마식령 스키장은 김정은이 자랑하는 작품이라지만 국제 대회를 치를 수준이 되지 않는다. 올림픽 전야제 장소로 합의된 금강산은 2008년 7월 우리 관광객이 피살된 곳이다. 올림픽 전야제를 왜 북한 땅에서 하나. 북측 응원단·선수단·대표단이 내려오는 경의선 육로는 개성공단 운영에 이용되던 길이다. 북의 핵무장 때문에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막혀 있다. 북이 굳이 이 길로 오겠다는 이유가 뭐겠나.
이낙연 국무총리가 16일 남북 단일팀 논란과 관련, "여자 아이스하키가 메달권은 아니다"라고 한 것도 부적절하다. 마치 공부도 못하면서 왜 시험에 연연하느냐는 식으로 들린다. 올림픽을 눈앞에 둔 선수들에게 할 말이 아니다. 우리 여자 아이스하키팀은 몇 년 전까지 일본에 10대0으로 졌다. 그러다 이제 승리를 기대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대학팀, 실업팀 하나 없는 현실에서 이룬 기적이다. 이 기적을 남북 정치쇼를 위해 폄하해선 안 된다. 정부는 단일팀을 추진하면서 대표팀에는 알려주지도 않았다. 캐나다인 대표팀 감독이 "충격(shocked)"이라고 한다. 무엇이 우선인지 알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아이스하키 대표팀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이 특권과 반칙을 보면서 분노하고 있다"며 "그런 상처를 치유하는 올림픽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북 선수들이 자격 없이 끼어들어 피해를 주는 것은 반칙이자 상처 아닌가.
민주당은 올림픽 개회식에서 우리 선수단이 태극기를 들어야 한다는 여론에 "평창을 냉전 올림픽으로 만들자는 주장" "한반도기를 색깔론의 도구로 삼지 말라"고 했다. 우리가 너무나 어렵게 유치한 올림픽에서 우리 국기를 들어야 한다는데 이것이 왜 '냉전'이고 '색깔론'인가.
정부는 한반도기를 든 9차례 전례가 있다고 한다. 남북 첫 단일팀이 구성된 1991년과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처음 공동 입장한 2000년엔 북이 핵실험을 하지도 않았고 미사일을 쏘지도 않았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한반도기 공동 입장 후 연평해전을 일으켜 우리 장병을 떼죽음시켰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공동 입장 직후 무더기 미사일 발사와 첫 핵실험을 감행해 민족을 핵 재앙으로 몰아넣었다. 2007년 동계아시안게임 한반도기 이
후엔 금강산 관광객을 사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우리가 한반도기를 든 것은 북이 핵을 버리고 남북이 화해하자는 뜻이었다. 북에 한반도기는 우리를 기만하는 도구일 뿐이다. 북이 올림픽에 참여하는 것도 대북 압박·제재를 흔들어 핵무장을 완성하려는 것이다. 올림픽 유치에 기여한 것 없는 사람들이 정권을 잡았다고 국민이 상상하지도 못한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가.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17/201801170305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