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토지공개념 강화·동일노동 동일임금 명시 등을 포함하는 개헌안을 받아들고
선택의 기로에 섰다.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할 경우 정국이 격랑에 빠져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우선 개헌을 지렛대로 야당을 압박한 뒤 국회에서 부결되면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자칫 사회주의 개헌안에 대한 거센반발이 나올 가능성도 있어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 대통령 직속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자문특위)와 오찬을 함께하면서
개헌안 초안을 보고 받았다.
문 대통령에 보고를 마친 자문특위는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자문안은 다섯 가지 큰 원칙 하에 마련됐다"며 큰 그림을 제시했다.
자문특위가 이날 기자들에게 공개한
5가지 원칙은
▲촛불 정신을 계승하는 국민주권 실질화 원칙의 개헌
▲사람이 먼저인 기본권 강화 개헌
▲자치분권 강화 원칙의 개헌
▲정부형태에 관해 견제와 균형을 강화하는 원칙의 개헌
▲ 경제민주화 내용을 명확히 하고 토지의 특수성을 명확히 해 사회 불평등을 완화하려는 민생개헌 원칙 등이다.
자문특위가 제안한 개헌안 초안에는
헌법 전문에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부마 항쟁,
6·10 민주항쟁 등이 명기돼 있다.
김종철 부위원장은
"역사적 사실로 명기하는 안에 대해 자문위 내 의견이 일치했다"며
"전문에 명확하게 가치로 선언하게 되면 국민의 저항권을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공무원의 노동3권과 동일노동 동일임금 및 주요 방위산업체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에 대한 논의도 담겨있다.
하승수 자문특위 부위원장은
"숙의형 토론회에서 청년층은 노동권 강화에 관심이 있었지만,
전체 여론조사에서 노동 변경과 공무원 노동 3권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며
"많은 검토와 숙고 끝에 자문안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소비자 권리를 강화하는 방안들을 구체적으로 고민했다고 한다.
소상공인 보호 및 육성에 관한 조항을 신설하고 소비자 권리를 명문화 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자문특위는
개헌안이 '토지공개념'을 강화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철 자문특위 부위원장은
"토지공개념은 개헌 주요 목적 중 하나로 소유나 집중의 불균형 부분이 사회·경제적 정의를 실현하는 데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높은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현재도 122조에
토지공개념으로 보여질 수 있는 조항 있음에도 더 구체화하는 국가의 특별한 토지재산권에 대한 의무 부과나 권리제한 가능하게 하는 (안을 냈다)"고 했다.
이처럼 사회주의 색채가 짙은 개헌안이 등장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고민에 빠지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간 줄곧 내년 지방선거와 개헌 투표를 동시에 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대통령이 만일 개헌안을 발의하면 국회 의결 등 일정한 절차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대통령 개헌 시한의 마지노선을 오는 21일로 보고 있다. 시간이 많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현실은 쉽지 않다.
당장 개헌 국민투표의 선거인단 명부를 규정할 국민투표법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으로 결정나면서
개헌 투표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 2014년 7월 재외국민의 국민투표를 제한하는 국민투표법 제14조 제1항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린 것인데, 국회가 이를 아직까지 개정하지 않은 것이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1월 24일
"헌재가 재외국민의 투표가 제한된 현행 국민투표법을 위헌으로 결정했기 때문에,
관련 법 개정 없이는 국민 투표의 투표자 명부를 작성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국민 투표 진행이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위헌 상태에 있는 국민투표법이 2년 이상 방치되고 있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이며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며
"국민투표법을 방치하는 것은 개헌은 물론이거니와 국가안위와 관련한 중대한 사안에 대해
국민이 결정할 헌법상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국민투표법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현재 민주당은 국회에서 1당을 지켜내기 급급한 상황에 처해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청와대가 국회의원 3분의 2의 동의를 받아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야당과 심리적 거리도 먼 상태다. 정치권에서 개헌안 통과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청와대는 내부에서는 문 대통령이 일단 개헌안을 발의한 뒤 국회의 합의를 촉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개헌안을 지렛대로 야당을 강하게 압박하고, 개헌안이 부결된다 하더라도 야당에 책임을 넘긴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13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정말로 개헌안을 발의할지는 대통령의 결단에 달린 것인데 근거는 역시 국회상황이라 본다"며 "법률적으로는 3월 21일이지만 정무저으로는 국회 합의와 논의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헌을 늦어도 6.13 지방선거때 동시에 하자는게 국민 약속이었음에도 불구
자유한국당이 이를 완강히 반대하는 상황에서 한치 진전도 없기 때문에,
그렇게 보면 저희들로서보면 대통령 시한인 3월 21일 발의할 수 밖에 없다"며
"국회가 4월 28일까지 합의하고 개헌안을 만들어 발의하면
대통령안과 국회안이 경합하는 상황이 돼 대통령이 국회안을 존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에 야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받기 어려운 사회주의 헌법을 내면서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 한다는 비판이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발 일방독주 개헌의 본격적인 돛을 올렸다"며
"대통령은 즉각 일방통행, 관제개헌, 사회주의 개헌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강조했다.
전 대변인은
"국민헌법자문특위는 불과 지난 달 13일 구성된 것으로 불과 한 달여 만에 개헌안을 만들었고,
대통령이 나서서 이런 졸속 개헌안을 들고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며
"(개헌안은) 절대 졸속이어서도, 특정 정파의 경도된 사상을 담아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나아가 "오늘 발표된 자문특위 안은
그동안 대통령과 여당이 그토록 비판해 오던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바로잡는 것과는
동떨어진 개헌안"이라며
"대통령은 개헌세력으로, 완성도 있는 개헌안을 위해 노력하는 국회,
특히 야당은 호헌세력으로 몰아붙이는 정치공학적 행태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국회에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개헌안을 마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선거용 정치 이벤트로 개헌을 이용하는 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라며
"어차피 국회의결을 거치게 되어있는 헌법 개정의 과정을 생각하더라도
현재 대통령이 보이고 있는 행태가 진정 개헌을 하자는 것인지 의아스러울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뉴데일리
- 임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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