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다음주 발의할 개헌안의 일부가 20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브리핑을 통해 공개됐다.
공개된 개정안에는
△6·10 항쟁, 부마항쟁, 5·18 민주화운동 등 명시
△기본권 주체 확대 △검사 영장청구권 조항 삭제
△국민발안·소환제 신설 △공무원 노동3권 보장 등의 내용이 담겼다.
청와대는 이벤트를 하듯 개헌안을 사흘에 걸쳐 발표하겠다고 했다.
개헌안이 공개되자 여야 정치권은 격하게 대립했다.
야당은 지방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개헌안을 발표한 청와대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개헌안에 담긴 내용도 논란거리였다.
정치권 뿐만 아니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대체 무슨 생각을 갖고 이런 개정안을 만들었는지 의문이 든다"는 비판이 거센 상황이다.
<뉴데일리>는 이날 공개된 개정안에 대한 헌법학자의 의견을 듣기 위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장영수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청와대발 개헌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특히 문재인 정권을 향해선
"(개헌안에는) 모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기본적인 내용을 담아야 하며,
헌법은 포퓰리즘적으로 이념적인 색채를 씌워선 안 된다"고 쓴소리를 토해냈다.
장영수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일종의 헌법만능주의에 빠져서
헌법에서 뭐만 조금 바뀌면 세상이 달라지는 것처럼 착각하는데 그것은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헌안에) 일부 동의하는 부분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정부가 개헌안 조문 전문(全文)을 일반에 공개하는 것이며,
이 내용에 대한 국민 의사를 수렴하는 것은 이제부터 시작이다"라고 역설했다.
그는 청와대가 일부 민주화운동을 개정안에 포함시킨 것과 관련해
"역사적 사실을 헌법에 명시할 때는 객관적인 기준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음은 장영수 교수 인터뷰 전문이다.
- 정부가 개헌안에 6·10 항쟁, 부마항쟁, 5·18 민주화운동 등을 명시했는데 어떻게 보시나.
장영수 교수:
"헌법에 역사적인 사건을 집어넣는 것이 한두 개 있을 수 있는데,
무한정 늘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역사가 길어질수록 그러한 사건은 많아지게 된다.
예컨대 5·18을 넣는다고 하니 부마항쟁도 넣는다.
그럼 다른 지역에는 없었느냐 하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4·19 때도 마산(3·15 의거) 등 다른 사건이 있었는데 그건 왜 뺐느냐, 이런 볼멘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 사실을 헌법에 명시할 때는 객관적인 기준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국민적 공감대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지금 넣었다가 나중에 빼자는 얘기가 나온다면,
그것은 헌법의 '헌법다움'을 잃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검사 영장청구권 조항이 삭제됐다. 검찰의 반발이 예상되는데.
장영수 교수 : "그것을 헌법에 꼭 명시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상황에 따라 법률로 정하면 된다.
(헌법에) 설치한다고 해서 당장 경찰에게 영장청구권을 준다고 한다면 또 혼란이 있을 것이다.
형사소송법에서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인정하고, 이후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검찰의 인권친화적인 부분,
내부 계산이나 조정과 같은 단계적 접근은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 원론적으로는 괜찮다고 본다."
- 역대 개헌안 사상 처음으로 국민이 국회의원을 소환하고, 법안을 발의할 수 있게 되는 국민발안제, 국민소환제가 신설됐다.
장영수 교수 :
"조문 전문을 봐야 한다.
조문을 통해 구체적인 절차나 효과를 봐야 한다.
예컨대 국민소환을 한다고 했을 때, 국회의원을 소환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지역주민이 소환할 것인가,
전체 국민이 소환하는 것인가.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을 달리 할 것이냐.
그럴 경우에 시기도 고려사항이다.
선거 직후 바로 (소환)할 수 있도록 하느냐, 선거 직후에는 못하게 할 것인가.
이런 것 하나하나의 문제들이 모두 검토 돼야 한다.
그런 것들이 조문에 나타나야 한다.
그런 것 없이 이거 도입한다,
이렇게는 이 제도들이 괜찮은 제도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 청와대는 국민 기본권에 생명권과 안전권을 신설했다. '국가의 재해예방의무 및 위험으로부터의 보호노력의무'를 '보호의무'로 변경하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장영수 교수 : "현실적인 차이는 아니고, 기분의 차이라고 본다.
노력해야 한다는 것과 의무를 진다는 것하고 과연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르나.
법적으로 따질 때는, 국가의 의무라고 하는 것에 대해 나눠서 얘기한다.
예컨대 법적으로 강제 의무가 있다.
국가가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경우에는 국가의 불법행위에 대해 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
그런데 거꾸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 의무가 있으면 끝도 없이 '무조건 하라'고 하기는 어렵지 않나.
재원도 마련돼야 하고.
그럴 때는 헌법 조항만으로 해결되지 않고,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에 어디까지 어느 정도까지 어느 비용으로 하는지까지 정하는 법률이 있어야 한다.
법률에 근거해서 국가 의무가 구체화되는 것이다."
"그런 경우에 있어서 국가 의무가 '어떤 경우에 어떤 식으로 해야 한다'는 법률을 정해야 하는 것이고,
노력해야 한다,
의무를 진다는 문구의 차이는 결국 법률로써 어떻게 구체화되는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헌법 조항에
노력과 의무, 이것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법률이 어떤 세부적인 내용을 정하느냐 중시해야지,
헌법에서 그러한 미세한 표현의 차이가 실질적인 결과의 차이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보더라도,
그런 문구 없이도 이미 헌법 해석상 국민에 대한 보호 의무는 대통령에게 있는 것이다.
개헌으로 문구가 들어가면서 비로소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 사생활과 언론·출판 자유와 같은 소극적 자유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처하기 어렵다며 '정보기본권'을 신설하기도 했다.
장영수 교수 : "정보기본권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예전부터 있었다.
자체로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정보기본권의 성격과 기존 기본권과의 관계를 어떻게 규정하고 구체화시킬 것인지는
국민소환제와 마찬가지로 조문을 명확히 봐야 한다.
소위 '적극적 자유'를 말하는 것인데, 국가가 어느 정도까지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평가하기 어렵다."
- '근로'라는 용어를 '노동'으로 수정한다고 했다. '근로'가 일제와 군사독재시대 사용자의 관점에서 만들어졌다는데 어떻게 보시나.
장영수 교수 : "그 말은 틀렸다.
당초 근로란 용어를 쓰게 된 것은 제헌헌법(1948) 때다. 군사독재 시절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사용자 중심으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다.
이건 단순히 북한에서 '인민'이라고 하니까 한국에서 '국민'이라고 한 것과 비슷한 것이다.
'근로'든 '노동'이든, 수십년 동안 이어진 레드컴플렉스(극단 반공주의)를 극복했다면
북한이 쓰거나 말거나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용어를 쓰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 공무원 노동 3권 보장을 명시했다. 파장이 상당할 듯 한데.
장영수 교수 : "헌법 조문을 일부 바꿔서 뉘앙스의 차이는 가져오겠지만,
그것도 결국 법률로서 정하는 것이다.
예컨대 헌법에서 모든 공무원의 모든 노동권을 모두 인정한다고 하면, 법률로서 제한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하다. 경찰이나 소방관이 파업해도 된다? 할 수 없다.
이런 것을 법률로 제한할 수 있도록 해두면 현재와 다른 게 없다."
"뉘앙스가 달라지긴 하겠지만,
마치 개헌을 통해 공무원의 노동3권이 본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처럼 설명하는 것은 틀린 얘기가 된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고 결국 법률이 정하는 것에 따르는 것이고,
헌법이 정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일종의 헌법 만능주의에 빠져서
헌법에서 뭐만 조금 바뀌면 세상이 달라질 것처럼 착각하는데 그것은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 개헌안을 내놓은 문재인 정부에 조언을 한다면.
장영수 교수 :
"첫 번째로,
우선 조문을 빨리 공개하는 게 필요하다.
국민헌법이라고 말하면서
국민이 조문도 보지 못하고 평가하지 못하면 그게 무슨 국민헌법인가.
두 번째는
그 내용에 대해 국민 의사를 수렴하는 것은 이제부터라는 것이다.
그간 여론조사나 인터넷 투표로 의견 수렴했다고 하지만 참여폭도 제한됐을 뿐 아니라,
과연 그 의견이 현재 마련된 조문에 반영됐는지도 미지수 아닌가."
"조문을 공개하고,
조문에 대해 전문가든
일반 국민이든,
이론적이든 아니면 여론에 의한 것이든
평가 받는 것을 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관련해서,
너무 포퓰리즘적으로 헌법에 이념적인 색채를 씌우려 해서는 안 된다.
헌법은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모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기본적인 내용을 담아야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것은 진보헌법이니까',
혹은 '보수헌법이니까 뜯어고쳐야지' 이래선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절차에 있어서도,
보수진보가 문제가 아니라
여야(與野) 합의 없이는 사실상 개헌이 불가능하도록 3분의 2이상 국회의원의 찬성을 요구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한쪽이 정권을 가지고 있고 다수이기 때문에 헌법을 바꾸고.
이런 식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결론적으로 헌법에 이념을 덧씌우면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뉴데일리
- 정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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