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원 댓글 조작 논란'과 관련해 이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드루킹' 김모(49)씨가 최근 정부·여당을 압박하는 듯한 구도를 만들었다. 일각에서는 드루킹이 문재인 대통령 당선 공로를 내세워 정부에 이른바 '빚 청구서'를 제출하기 위한 포석을 까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MBC 보도에 따르면
'드루킹'은 지난달 24일 구속된 직후 자신이 만든 인터넷 카페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 회원들에게 친필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공모는 드루킹이 주도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 온·오프라인 정치그룹이다.
이 편지에서 드루킹은 "이번 구속은 정치적 보복에 가깝다"며 "조용히 처리해야 형량이 늘지 않는다.
집행유예 정도를 받고 나가는 것이 최선이고 아마 저들은 저를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언론은 드루킹이 지칭한 '저들'이 드루킹이 줄을 대려고 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드루킹은 "2~3개월 걸릴 것이니 참고 인내하고 견뎌 달라"며 "
서열 갈등이나 반목하지 말고 뭉쳐서 힘을 모아달라"고 했다.
또 "소송비용이 필요하다"며 소송 비용 모금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처럼 드루킹이 정부·여당과 각을 세우는 모습은 지난달 중순쯤에도 있었다.
드루킹은 경찰에 체포되기 전인 지난달 14일 페이스북에
"너희들 2017년 대선 댓글 부대의 진짜 배후가 누군지는 알아? 진짜 까줄까?"라는
글을 올리며 궁금증을 자아냈다.
일각에서는
드루킹이 '댓글 조작 사태'가 확산된 뒤 정부·여당이 드루킹의 개인적 범죄로 치부하고 꼬리자르기 하는 것에 반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여당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면 드루킹의 폭로전이 현 정부에 상당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청와대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태'와 관련해
"청와대와 정부는 이번 사건의 피해자"라며
"누군가 매크로를 이용한 불법행위를 했고, 정부·여당이 피해를 입은 게 사건의 본질"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드루킹은 이를 방증하듯 자신이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글을 올렸던 개인 블로그와 관련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했다가 최근 시차를 두고 하나씩 공개하고 있다.
현 정부가 민감해할 만한 내용들을 차례로 공개하는 형식이다.
최근 논란이 된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드루킹 운영 단체 경인선 응원 영상'도 이 과정에서 공개됐다.
또 드루킹이 운영하는 개인 블로그가 공개로 바뀌며 정부·여당과 관련한 글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이 블로그에는 드루킹이 회원들에게 문재인 정부의 존속 여부가 자신과 경공모 회원들에게 달려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글이 게재됐다.
드루킹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 다음 날인
지난해 5월 11일 자신의 블로그에
"이제 칼자루는 문재인의 손에 들려 있습니다. 그리고 그를 뽑아준 우리들의 손에 있습니다"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