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프란치스코 교황이 천주교 교황으로는 사상 처음 평양을 방문하게 된다면 반드시 북한 주민의 종교적 자유와 인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인권단체 관계자들이 강조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 런던에 기반을 둔 인권단체 세계기독교연대(CSW)의 벤 로저스 동아시아팀장은 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을 ‘열렬히 환영’할 것이라는 보도와 관련해 “교황청이 매우 신중하게 일을 추진하길 강력히 조언한다”고 밝혔습니다. (I strongly advise the Vatican to proceed with caution.)
천주교 신자인 로저스 팀장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북한을 방문한다면 북한 주민에 대한 북한 정권의 끔찍한 반인도주의적 범죄의 종식을 반드시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북한을 방문하면서도 북한 주민의 인권과 종교의 자유를 거론하지 않는다면 전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정권을 인정해주는 것처럼 인식될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교황의 방북이 표면적으로는 긍정적으로 보이는 매우 놀라운 전개이지만, 인간의 존엄성과 종교의 자유 등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거론한다는 조건에 북한이 합의하지 않는다면 방북을 수락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로저스 팀장의 주장입니다.
한국 청와대는 9일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7일 바티칸 교황청을 공식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김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의 뜻을 전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워싱턴의 그렉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할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 인권단체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교황이 북한을 방문할 경우 전달하는 메시지 즉 말에 북한 주민의 인권, 특히 종교의 자유 문제가 포함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전하고 싶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전혀 거론하지 않아 실망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그러나 교황의 방문은 비록 억압된 국가일지라도 항상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폐쇄된 사회를 조금이라도 열리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앞서 폴란드 출신인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선출된 이듬해인 1979년 조국 폴란드를 방문했고 이는 폴란드의 민주화의 커다란 전기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98년 피델 카스트로 독재정권 하에서 신음하던 쿠바를 방문하기도 했다고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강조했습니다.
한편, 미국 정부 산하 독립기구인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는 지난 4월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에는 종교의 자유가 전혀 없다며 북한을 종교자유와 관련한 전 세계 15개 특별우려국으로 재지정할 것을 국무부에 권고했습니다.
또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7월 미국 국무부가 올해 처음 개최한 ‘종교의 자유 증진을 위한 장관급 회의(Ministerial to Advance Religious Freedom)’ 기조연설에서 북한에서는 기독교인으로 확인된 사람들은 처형되거나 가족들까지 함께 강제수용소로 보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펜스 부통령은 그러면서 단지 기독교 성경책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사형죄가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국무부도 교황의 방북 가능성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 요청에 한국 정부나 바티칸 측에 문의하라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바티칸 측은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북 초청을 받는다면 수락할 것인가라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질문에 9일 오후 현재까지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출처 자유아시아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