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입국한 탈북 여성이
한국에서 낳은 아들과 함께 살던 셋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통장 잔고는 0원이었다.
경찰은 아사(餓死)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달 31일 관악구 봉천동의 한 아파트에서
한모(42)씨와 아들 김모(6)군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12일 밝혔다.
시신 부패 상태로 미뤄 모자(母子) 사망 시점을 약 2개월 전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최종 부검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여러 정황상 모자가 굶어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자살 정황도 타살 혐의점도 현재로서는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모자가 발견됐을 당시 집에 먹을 수 있는 거라곤 봉지에 든 고춧가루가 전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의학 전문가는 "영양실조가 지속되면 여러 가지 질병이 발생해서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되는데,
일반적으로는 '굶어 죽었다'고 표현한다"고 말했다.
경찰과 탈북민 등에 따르면, 모자가 살던 13평 아파트는
보증금 547만원, 월세 9만원짜리 임대아파트였다.
모자는 이 월세를 수개월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집에서 발견된 통장에 찍힌 잔고는 '0원'. 5월 중순 3858원 잔액을 모두 인출한 게 마지막이었다.
모자 사망 추정 시점은 그로부터 약 2주 뒤였다.
모자의 시신은 아파트 관리인 신고로 발견됐다.
신고자는 경찰 조사에서 "수도요금 미납으로 단수가 됐는데도 아무런 소식이 없기에 찾아가
복도 쪽 창문을 열어봤더니 시신이 누워 있었다"고 말했다.
모자는 집 안에서 약 2m 간격을 두고 바닥에 누워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이 살던 집에는 김군 장난감 등이 있었지만, 쌀이나 물은 없었고 고춧가루만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한씨는 북·중 접경지역에서 장사를 하다가 탈북,
중국과 태국을 거쳐 2009년 한국으로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한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탈북민 사회는 술렁였다.
탈북민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등에는 한씨에 대한 정보가 쏟아졌다.
이를 종합하면,
한씨는 탈북 후 중국 동포 남성과 결혼한 상태로 한국에 들어왔다.
하나원에서 2개월 적응 교육을 마친 탈북자는 사회로 나올 때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정부 재정 지원을 받는다.
한씨는 이 지원을 9개월 만에 졸업했다.
중국 동포 남편이 경남 통영의 조선소에서 일해서 생활비를 벌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둘 사이에는 아들도 태어났다.
하지만 조선업 불황이 경남 일대를 덮치자, 한씨 가족은 중국으로 이사를 갔다.
한씨는 작년 말 아들과 둘이서만 돌아왔다.
남편과는 이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씨 지인은 "한씨 아들에게 병이 있다고 들었다.
그 때문에 애를 봐줄 사람이 없었던 한씨가 일을 하러 나갈 수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탈북민은
"탈북민이 생계가 어려운 경우에는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에 지원을 신청해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데,
아이 때문에 집 밖에서 다른 탈북자와 어울리기 어려웠던 한씨는 제도를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숨지기 직전 모자의 정기 수입은 양육수당 월(月) 10만원이 전
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탈북자는 "굶주림을 피해 탈북한 사람이 대한민국 서울에서 굶어 죽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가 작년 시행한 북한이탈주민 정착 실태 조사에서는
응답자 세 명 중 한 명꼴로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취업·창업 지원'을 희망한 탈북민이 24.9%로 가장 많았고, 12.3%는 '직접 소득 지원'을 희망했다.
출처 : 조선닷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13/201908130007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