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카 교수의 “안중근의 동양평화론과 한일관계”와 그의 최신 저서 《아베, 그는 한국을 무너뜨리려고 하는가?》는 동양평화론과 한일관계를 이해하는데 많은 참고가 되었다.
우선 호사카 교수는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을 잘 요약하고 있다. 안중근 의사는 동양평화론에서 서양세력인 러시아가 남진하는 것을 일본이 청국과 한국의 협조를 받아 잘 막아냈으나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후 한국의 독립을 빼앗고 중국을 침략하여 동양 3국의 평화체제 수립기회를 무산시켰다고 보았다.
호사카 교수는 또한 아베신조 총리가 일본의 극우세력을 대표하여 독일의 히틀러처럼 일본을 극우 독재국가로 만들려 하고 있으며 히틀러가 유태인을 적으로 만들어 독재체제를 만들었듯이 한국인을 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는 “일본의 대한반도 정책은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과 일치한다. 현재 경제적으로 약육강식 시대. 미중전쟁, 한일경제정쟁”의 시대인 바. “일본은 안중근이 말한 대로 한중일의 동양평화로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1. 구국활동과 사태인식
토론자는 먼저 안중근 의사의 구국활동을 크게 평가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쓴 동양평화론이 현 시대에 적실성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안중근 의사는 당시 한국과 청나라가 구원을 잊고 러시아를 물리치는데 합세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하였다. 첫째는 개전(開戰)하면서 “일본천황의 선전포고문 중에 '동양평화를 유지하고 대한독립을 공고히 한다'”는 대의명분이 있었고 둘째는 “일본과 러시아의 다툼이 황백인종(黃白人種)의 경쟁이라 할 수 있으므로 지난날의 원수졌던 심정이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리고 도리어 큰 하나의 인종 사랑 무리(愛種黨)”를 이루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상황인식은 사실과 일치한다고 볼 수 없으며 당시 일본이 러시아를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러시아의 남하를 경계하는 일본과 영국이 1902년 영일동맹을 맺고 1905년 다시 이를 개정 연장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주1 김태준, “영일동맹 결성과 러일전쟁의 외교사적 분석,” 《韓國政治外交史論叢》, 제29집 2호, 5~33면.) 또한 1905년 일본은 미국의 필리핀에서의 권리를 인정하고 미국은 일본의 한국의 지배를 묵인하는 태프트-가즈라 협정을 미국과 맺고 있었다.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고 한국의 주권을 앗아간 것은 이러한 국제적 배경을 제외하고 이해하기 어렵다. 당시의 상황은 황색인종과 백인의 싸움이 아니라 서양을 배워 근대화한 일본이 서양의 제국주의를 동양 인접국에게 써 먹어서 나타난 것이다. 천황의 선전포고문은 개전의 명분으로 내세운 것이지 실제로 일본이 한국의 독립을 목표로 했다고 보기 어렵다.
더구나 오늘날 우리는 동서양을 구분하기 어려운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으며 동양과 서양, 황인종과 백인종을 배타적으로 구분하는 인종주의를 기준으로 국제관계를 인식할 수 없다고 본다. 오늘 세미나를 주관하는 (사)아세아태평양공동체는 한중일과 미국, 오스트리아 뉴질랜드 등 20〜30개의 국가로 이루어진 아시아태평양 국가들로 구성된 아시아태평양공동체를 만들어서 전쟁을 방지하고 공동번영을 이룩한다는 목표를 내세워 만들어 졌다.(주2 한승조, “왜, 아시아태평양공동체의 창설을 주도해야 하는가?”, (사)아시아태평양공동체,http://www.aprc.or.kr/news/article.html?no=2977,검색일:2019.12.5.) 이러한 공동체는 한중일(韓中日)이 주도하지만 패권을 추구하거나 패권에 대항하고자 하는 국가들이 아니라 민간단체가 주도해야 한다는 안(案)을 추진해 왔다.
2. 현 한일관계 인식
현 한일관계의 문제를 인식하는데 있어서 발표자 호사카 교수는 한국이 아니라 일본의 문제점, 특히 아베 신조 총리와 그가 배경으로 삼고 있는 일본 극우세력의 문제점과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어 한국인들의 갈채를 받으면서 또한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모국이 일본인이면서 일본 정부의 입장을 질타하는 이런 경우는 독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인인 필자는 오히려 현 한일갈등의 많은 책임이 한국정부에게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또 일본의 문제를 단순히 아베 신조 총리를 둘러싼 극우세력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고 본다.
중국이나 일본 등 강대국에 비해 힘이 약한 한국은 스스로 힘을 키우거나 외부세력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중국, 일본 등 주변 강대국들의 먹이 감이 되거나 싸움터가 될 수 있다. 정부가 국가의 제일의 임무인 국가안보를 등한이 하고 민족을 내세워 반일감정이나 부추기고 있는 상황에서 호사카 교수의 우려대로 일본이 다시 한국을 지배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걱정되는 것이다.
국가안보는 상상의 공동체인 민족이 지켜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지켜 줄 책임은 국가에게 있다. 국가는 안보를 위협하는 잠재적 적과 싸울 힘과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북한 핵이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재의 문제인 한국정부는 있는 군사력도 줄이고 방어망도 허물고 있고 국가를 지킬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 걱정스러운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유사시 북한의 남침 통로가 될 철의 삼각주를 개방하여 GP 10개를 없애고 지뢰밭을 제거했으며 대전차 방어망을 철거했다. 유사시 한국에게 엄청 불리한 조치다. 또한 한국의 병력을 50만에서 10만을 감축한다고 하며 사병 복무기간을 18개월로 줄인다고 한다. 북한은 핵전력과 화생방 전력 등 비대칭적 군사력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120만의 병력을 갖추고 있고 20만의 특수부대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는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고 통일 후 인접국들과의 관계를 예상하여 군사력을 증강해야 할 시점이지 감축할 때는 결코 아니다.
남침에 유리한 조건이 조성되었어도 북한이 아직 남침하지 않는 것은 주한미군과 한미일 군사협력 체제 때문일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남침하면 한미일 방어체제가 작동하여 북한을 단숨에 괴멸시킬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한미일 군사협력체제 마저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 문정부가 지난 8월 23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하여 체결일인 11월 23일이면 지소미아는 종료되게 되어있었다. 문 정부는 아베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등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 강화 조치에 대해 반발하여 지소미아를 파기하기로 결정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 원인은 문 정권의 반일행위 때문이다.
문 정권은 “국제법의 원칙을 어기며 이미 2018년 1월 박근혜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합의(2015년 12월 10억엔 화해치유재단설립)를 파기 선언”하고, “그해 10월 대법원의 1965년의 한일협정을 무시한 일제 강제징용자 배상판결”로 반일 행동을 노골화했던 것이다.(주3 이관희,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지켜내자”, 《법률저널 The Law Journal》, 2019년 9월 6일》, http://www.lec.co.kr/news/articleView.html?idxno=712691, 검색일: 2019.12.07.)
지소미아는 양국 중 어느 한쪽이 파기를 통보하지 않는 이상 체결일인 11월 23일을 기준으로 1년 마다 자동 연장돼왔다. 문 정부는 일본과 대결에서 기선을 잡은 듯이 반일 캠페인을 벌이더니 종료 하루 전날인 11월 22일 지소미아를 종료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일본에 통보하여 위기를 넘겼다.
한국의 대북정보력이 미국과 일본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에서 지소미아는 한국 안보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이건 일본과의 관계만이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에서 특히 중요한 것이다. 이번 문정부가 종료의사를 번복한 것은 미국정부와 의회가 다 함께 지소미아종료에 대한 우려를 강력하게 표시했기 때문이라 본다.
미국 상원이 11월 21일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지소미아 결의안 (주4 Text: S.Res.435 — 116th Congress (2019-2020), https://www.congress.gov/bill/116th-congress/senate-resolution/435/text 검색일: 2019. 12. 01.)은 지소미아가 미국, 일본, 한국에 결정적으로 중요하고 인도-태평양 안보와 방어에 중요하며 특히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데 중요한 장치임을 재확인하였다. 미 상원 결의안은 “지소미아의 페기는, 북한이 올해 새로운 종류의 핵능력을 갖춘 육상 및 해상 발상 미사일을 12회에 걸쳐 20개나 발사한 시점에서 미국의 안보에 직접적인 위해를 끼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따라서 “일본과 한국의 정부가 신뢰를 재건하고 쌍방 간의 마찰의 근원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고무한다,”고 하였다. 지소미아는 단순히 한일 간의 문제가 아니라 한미동맹을 유지하는데 결정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호사카 교수가 아베 정부의 극우화와 히틀러 식 독재정부 구축을 우려하듯이 한국인들은 문정부의 독재체제 수립과 북한식 전체주의체제 수립 가능성을 크게 우려한다.
특히 현재 발의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약칭 공수처) 법안의 내용에 따르면 대통령이나, 국회 다수당이 공수처장을 장악하게 되거나 공수처장의 정치적인 성향에 따라 공수처를 통해 ‘국가 주요기관 전체’를 장악하거나 사찰기구화 할 수 있는 위험성이 발생한다. 이런 공수처는 자칫하면 국민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통제받지 않는 기관’을 만든다거나, 견제와 균형의 측면에서 ‘무책임한 기관’을 만들 수 있다.” (주5 김태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입법론 검토-현재 발의된 관련 법안의 합헌성을 중심으로-”, 《형사법의 신동향》 통권 제54호(2017・3), 67면.)
또한 2018년 3월에 발표했던 문정부의 헌법개정안의 문제점은 ➀ 헌법 전문에 논란이 많은 촛불, 5.18민주화 운동 등을 추가하고 ➁ 국민의 기본권 제한 사유 중 “국가안전보장”을 빼서 국가보안법 존립의 근거를 사라지게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으며, ➂ 지방자치권을 크게 확대하여 연방국가로의 모색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또한 ➃ 권리의 주체를 모든 국민에서 ’모든 사람‘으로 변경하려 하였으며 ➄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2회 연임제로 바꾸고 있었다. ➅ 현행 토지공개념을 구체화하여 헌법적 재산권을 과도하게 규제하려한다는 점 등이다.(주6 “문재인 개헌안, 6가지 쟁점”, BBC 뉴스코리아, 2018.3.19.) 이러한 개헌안은 논란이 많아져 적극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으나 여러 가지 설이 난무하여 문정부가 북한식 사회주의 정권을 추진한다는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한일관계는 한편으로는 관계개선을 추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관계 악화를 방지해야 한다. 앞의 논의에서 보면 한일관계가 개선되지 못하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것은 한일 양국 정부가 각자 정치적 목적에서 반일, 반한 감정을 확대 재생산하는데 있다고 본다. 따라서 한일관계의 악화를 막기 위해서 일본 국민들은 호사카 교수가 우려하는 아베 정권의 극우 독재국가화를 막고 한국 국민들은 문재인 정권의 극좌친북 독재정권 수립을 저지해야 할 것이다. 한일관계의 개선을 위해서는 인적 문화적 학문적 교류를 통해 역사적 심리적 앙금을 푸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
(이 글은 제59차 아태공포럼(2019.12.18.)에서 발표한 토론내용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