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5일 ‘광복 63년 및 대한민국 건국 60년 경축사’를 자부심에서 시작해 자신감으로 맺었다. 첫 대목, “대한민국 건국 60년은 ‘성공의 역사’ ‘발전의 역사’ ‘기적의 역사’였다”는 자부심으로 좌파 정권 10년에 걸쳐 사회 일각을 점염시켜온 자학(自虐)·수정사관을 털어내고, “신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위대한 대한민국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결어로 국민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당부한 수미(首尾)의 화음이 돋보인다. 첫 8·15 경축사인만큼 그 문맥은 6개월 전 취임사에 비견되는 무게를 지닌다. 6개월에 걸친 난맥의 국정을 추슬러 ‘선진 일류국가 - 잘사는 국민, 따뜻한 사회, 강한 나라’를 향해 새로이 출발해야 할 역사적 책무의 중량(重量)이다. 이 대통령과 정부가 그 책무를 다하자면 우리는 8·15 이후의 국가 경영이 5대 원칙을 좇아야 한다고 믿는다. 첫째, 60년 전 건국의 기본 틀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원칙을 훼손·훼절시키기 위해 준동해온 일단의 세력에 대해 헌법과 국민의 자유·복리 대의로 맞서야 한다. 우리는 경축사의 한 대목,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발전시켜 국민의 복리를 증진하라는 헌법의 명령을 엄숙히 받아들이며, 그 책무를 다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는 약속에 우선 힘을 싣는다. 수도 한복판에서 공권력이 불법·난동 세력으로부터 농락당해온 치욕에 대한 국정 최고책임자의 반성의 뜻이 짚이기 때문이다. 정부부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공권력을 바로세우는 것 역시 이 대통령이 강조한 ‘기본’에 속한다. 둘째, 경축사의 대미(大尾)처럼 ‘통일의 시대, 위대한 한민족의 시대’를 위해서도 북핵의 완전 폐기를 포함해 원칙있는 대북관계의 틀을 다잡을 필요가 있다. 이 대통령은 북한과의 전면적 대화와 경제협력을 재촉구하면서 ‘한반도 경제공동체’의 실현을 강조했다. 그러나 7·11 금강산 만행에 대해 북한이 진상규명·사과·재발방지 약속을 외면해온 상황에서 ‘유감스러운 금강산 피격사건에도 불구하고’라는 전제는 남북관계의 미래를 또 뒤틀 개연성이 짙은 점 역시 현실적 우려가 되고 있다. 또한 한미동맹 강화, 한일 우호협력 확대, 중국·러시아와의 관계 심화를 통해 안보체제를 정착시킬 수 있는 ‘유라시아 - 태평양 시대’의 외교·안보 혜안이 절실하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명기에 대해 직설적 비판을 자제한 대목은 일본과의 관계 전반을 고려한 성숙한 대응이라고 평가하는 우리는 이 대통령이 9월 중순으로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담에도 합리적·탄력적이고 또한 실리적인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 셋째, “국민 생활의 불편을 가져오는 각종 규제는 신속히 풀겠다”는 이 대통령의 다짐은 작은 정부의 실현, 특히 공기업 민영화 공약의 실천 의지로 그 진정성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이 정부를 출범시킨 최대의 동력원인 규제 혁파와 감세의 공약은 그동안 지지부진했고, 더욱이 공기업 민영화 로드맵은 5월 이래 3개월의 촛불시위로 방향감각까지 잃어가는 기색이다. 이 대통령이 새로운 60년을 위한 새로운 비전의 축으로 제시한 ‘저탄소 녹색성장’을 연착륙시키고 ‘수소 시대’를 선취하기 위해서도 경제살리기 원 공약을 지켜 경제 펀더멘털을 보강해야 할 것이다. 넷째, 정치 개혁을 통해 후진 정치의 적폐를 과감하게 수술해야 할 것이다. 이 대통령이 “신뢰가 없으면 갈등이 깊어지고 통합은 멀어진다”고 지적했듯이 제18대 입법부는 5월30일 임기 개시 이래 77일 지나도록 원구성조차 못한 채 헌정 초일(憲政初日)을 기념하는 8·15에도 ‘무(無)국회’였다. 야당인 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은 정부 주최 기념식에 아예 참석하지도 않았다. 집권 한나라당이 제 야당을 리드하지 못하는 정치력 부재에 더해 무기력·무능력·무소신으로 일관하고 있다. 선진 일류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정치의 선진화가 그만큼 시급하다. 다섯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공동, 공통의 인프라인 법치의 확립이 절실하다. 법치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이 대통령이 강조한 대로 정부의 투명성,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 풍토가 선행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 대통령 취임 반년을 전후해 권력형 부정부패, 정치 부패 의혹이 줄을 잇고 있어 이 대통령은 여야와 소속 기관을 불문하고 부패와 비리, 부정의 싹부터 자르는 특단의 조치를 단행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 대통령의 국가 경영이 8·15 앞뒤로 달라져야 한다고 믿고 또 기대한다. ‘새로운 60년’을 열어가는 첫 대통령으로서 4년반 임기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도 5대 원칙에 충실하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