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전히 안보리 결의 위반..발사계획 철회해야" 북한이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는 "광명성 2호"를 내달 4∼8일 사이에 발사할 것임을 국제해사기구(IMO)에 통보하면서 동해쪽 궤도 좌표도 알렸다. 연합뉴스가 12일 복수의 대북 정보소식통을 인용, 이같이 보도한 수시간 후 국토해양부도 "우리측에서 파견된 담당자를 통해 IMO 담당 국장에게 확인한 결과, 북한이 다음달 4∼8일 동해, 태평양 각 한 좌표상에 발사하겠다고 통보했다"고 확인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런던 시간으로 11일 저녁 북한 외무성 해사국장 명의로 IMO측에 문건이 전달된 것으로 안다"며 "1단계 추진체는 동해에, 2단계 추진체는 태평양에 떨어질 것이라는 일종의 사전정보를 알려주기 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영국주재 북한대사관을 통하지 않고 직접 평양에서 런던에 본부를 둔 IMO의 공용 이메일로 보내 IMO측도 한동안 북한측의 통보를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발사관련 항행안전 자료가 통보됨에 따라 관련 국가들과 국제기구는 북한이 제공한 좌표들을 통해 발사체의 정확한 궤도 파악에 나서는 한편 발사시기 무렵 궤도 주변 육.해.공상의 안전조치 마련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한국, 미국, 일본 등은 북한의 우주발사체가 장거리 미사일 기술과 구분이 어려운 이중용도 기술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발사계획 철회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북한의 발사 강행시 유엔 안보리 제재 논의 등 대책 협의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도 이날 북한이 "시험통신위성 `광명성 2호"를 운반 로켓 `은하 2호"로 발사하기 위한 준비사업의 일환으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IMO 등 국제기구들에 "비행기와 선박들의 항행안전에 필요한 자료들"을 통보했다고 보도했으나 발사 시기 등 구체적인 통보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북한의 발사 예정 시기는 북한이 새로 선출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로 제12기 1차 회의를 열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국방위원장에 재추대함으로써 "김정일 3기체제"를 공식 출범시키는 시점, 고 김일성 주석의 생일(4월15일), 김 위원장이 처음으로 국방위원장에 추대된 16주년(4월9일)과 맞물린다. 북한은 광명성 2호 발사를 앞두고 또 최근 우주천체조약과 "우주물체등록협약" 등 국제우주조약들에 새로 가입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보도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 외무부 소식통은 "러시아는 지난 5일 북한의 우주조약 가맹에 대한 통지와 외교문서를 받았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12일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북한이 지난달 24일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의 담화를 통해 `광명성 2호"의 발사준비를 공식발표한 데 이어 국제우주조약들에 가입하고 발사시기 등을 국제기구에 사전통보한 것은 "광명성 2호"가 평화적 목적의 인공위성이라는 주장을 국제사회에 부각시키고, 자신들도 국제사회의 규범을 따르는 "정상국가"라는 이미지를 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 1998년 "광명성 1호" 발사 때와 2006년 "대포동 2호" 장거리미사일 발사 때는 항공기와 선박들의 안전항행에 필요한 사전통보 절차를 거치지 않아 국제적 비난을 샀었다. 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가 확실시된 이날 오후 청와대는 정례 외교안보정책 실무조정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발사체가 인공위성이든 미사일이든 "결국 같은 기술을 이용하는 만큼 시험발사 자체가 한반도와 국제사회에 큰 위협"이고 안보리 대북 결의 1718호를 위반한 것이라며 발사 계획의 중단을 촉구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11일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사일 발사는 목적이 무엇이라고 하든 안보리결의 위반"이라며 북한이 강행할 경우 "안보리(회부)를 포함해 다양한 방식으로" 이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대응책에 대해선 아직 가정적인 상황이라며 언급하지 않았다. 우리 군 소식통은 북한이 "이달 하순께 로켓을 발사대에 세우는 등 발사 준비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은 현재 로켓 조립을 사실상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은 북한이 발사할 로켓에 대한 탐지가 가능한 이지스함 9천t급의 스테덤호와 채피호를 `키 리졸브" 한미합동군사연습을 이유로 동해상에 배치해 놓고 있다. ============= 조약가입 北 관심은 궤도진입 아닌 미사일 발사성공 발사시점 김정일 3기 출범 맞춰 정치적 효과 극대화 “北, 위성자료 국제기구 통보”… ‘광명성2호’ 발사 임박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 관련 국제조약에 가입하고 발사 시기(다음 달 4∼8일)와 좌표(동해와 태평양)를 국제기구에 통보한 것은 국제법적인 명분을 축적함으로써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와 미국의 요격 움직임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광명성2호’의 실체와 궤도 진입 성공 가능성=북한은 지난달 24일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담화를 통해 발사체(로켓)로 쏘아 올릴 물체가 시험통신위성인 ‘광명성2호’라고 주장했다. 국제사회가 대포동2호 미사일로 간주하는 발사체의 탑재 능력을 감안할 때 광명성2호는 600∼700km 상공에서 지구 궤도를 하루 7, 8차례 도는 저궤도 위성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군 소식통은 12일 “북한의 낙후된 기술로 볼 때 광명성2호는 기초적인 전파 송수신만 가능한 조잡한 수준의 위성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광명성2호를 쏘아 올릴 경우 북미방공우주사령부(NORAD)를 비롯해 미국이 본토와 세계 곳곳에 설치한 위성추적감시망이 실체 파악에 나선다. 이 감시망은 지구 궤도를 떠도는 야구공 크기 이상의 물체 1만8000여 개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 북한이 광명성2호를 지구 궤도에 진입시킬 가능성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북한은 1998년 대포동1호 미사일을 발사한 뒤에도 인공위성 ‘광명성1호’를 지구 궤도에 올렸다고 주장했지만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북한 수뇌부의 최대 관심사는 위성의 궤도 진입이 아니라 대포동2호 미사일의 발사 성공”이라며 “북한이 그동안 위성 기술 개발에 주력한 정황도 없어 1998년 때처럼 궤도 진입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북한이 10여 년 사이에 관련 기술을 상당 수준 발전시켰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이란이 1월 초 사피르2호 미사일로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한 것은 북한에서 이전받은 미사일 기술 덕분”이라며 “북한이 이란의 사례에서 자신감을 얻어 미사일 발사를 결심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제규범 준수와 택일의 정치학=북한은 1998년 동해상으로 대포동1호 미사일을 발사할 당시 국제사회에 어떤 예고나 통보도 하지 않았다. 이번에 북한 스스로 의무가 따르는 조약에 가입하고 관련 국제기구에 정보를 사전에 제공한 것은 과거와 다른 행태다. 문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우주 관련 조약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인공위성을 발사할 수 있다”며 “북한의 조약 가입은 앞으로 있을지 모를 (대포동2호 미사일) 발사 행위를 인공위성 발사라고 주장하기 위한 사전 조치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미사일 발사 시기는 그동안 4월 초가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8일 실시된 최고인민회의 제12기 대의원 선거에서 뽑힌 대의원들이 모이는 1차 회의가 4월 초에 열릴 것으로 보이고 4월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앞둔 시점이어서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1998년에는 7월 26일 최고인민회의 제10기 대의원 선거를 열어 엘리트 65%를 교체한 뒤 8월 31일 대포동1호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어 9월 5일 최고인민회의 제10기 1차 회의를 열어 김정일 위원장을 국방위원장에 재추대하고 헌법을 개정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 "언제 어디로 쏜다" 공개한 북한(北韓)… 안보리 제재 피하자는 전략인 듯 북(北)답지 않은 "모범생" 모습 대화 의사 오바마 배려… 성공 자신감 "오버"일수도 안용현 기자 ahnyh@chosun.com 북한이 "북한답지 않은" 행동을 잇따라 하고 있다. 주초 하루 만에 개성공단의 우리 민간인 억류를 풀더니 12일에는 미사일 전용이 가능한 장거리로켓(북한은 인공위성 주장) 발사를 앞두고 국제법규상 취해야 할 안전 조치를 취했다. 항공기와 선박의 안전을 위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국제해사기구(IMO) 등에 발사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 같은 행태는 아무런 예고나 안전 조치 없이 대포동 1호(북한은 인공위성 "광명성 1호" 주장)를 쐈던 1998년이나, 대포동 2호(인공위성 주장하지 않음)를 발사했던 2006년과는 다른 모습이다. "깡패 국가"가 갑자기 "모범 국가"처럼 행동하고 있는 셈이다. ▲ 미(美)·중(中) "북(北)미사일 공감"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오른쪽)과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이 11일(현지시각) 워싱턴 국무부 청 사에서 만나 회담하기 전 얘기하고 있다. 두 장관은 회담에서“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반대하는 입장의 일치를 봤다”고 클린턴 장관이 밝혔다./신화·뉴시스 제공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처럼 "낯선" 행동을 하고 있는 이유로 먼저 "1998년이나 2006년에는 없었던 유엔안보리 결의 1718호 제재를 피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북한은 2차 북핵 위기가 정점으로 치닫던 2006년 장거리미사일 발사(7월)와 핵 실험(10월) 카드를 동시에 흔들어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대신 장거리미사일과 핵 관련 모든 프로그램을 금지당하는 1718호 제재를 받았다. 이를 어길 경우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물자와 사치품의 대북 수출 금지, 필요할 경우 북한 금융자산 동결 등 강한 경제적·외교적 제재를 받게 된다. 한·미·일은 "장거리로켓을 쏘면 그것이 인공위성이든 미사일이든 유엔 제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북한도 이에 대해 적잖은 부담을 느껴 정상적인 인공위성 발사 절차를 밟는 것처럼 시늉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북한과 대화 의사를 계속 밝히는 미국 입장을 고려한 움직임이란 평가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지금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과 불안한 후계문제 등을 고려할 때 체제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오바마 행정부와의 협상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했다. 이조원 중앙대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것은 미 국가정보국장이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주장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 의사를 계속 밝히고 있는 점"이라며 "북한과 대화하려는 오바마 대통령을 배려하는 차원에서라도 모범생 모습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말 요격(邀擊)당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궁여지책"(백승주 국방연구원 박사)이라는 견해도 있다. 북한은 1998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국회의원) 선거→대포동 1호 발사→첫 대의원 전체회의→김정일 1기 출범이라는 수순을 밟았다. 정부 당국자는 "지난 8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끝낸 북한은 김정일 3기 출범을 앞두고 1998년처럼 축포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정일 3기 "축포"를 쐈는데 정말 요격을 당하면 북한으로선 안팎으로 치명적이다. 따라서 요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인공위성이라는 명분 쌓기가 절실하다"(백승주 박사)는 것이다. 반면 인공위성 발사 성공에 대한 자신감 때문에 여유를 보이는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 당국자는 "북한과 미사일 기술 협력을 하는 이란이 지난 2월 자체 개발한 장거리로켓에 인공위성을 실어 발사에 성공했다"며 "북한도 성공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일부러 "오버"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