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국제사회가 풀지 못하고 있고, 또 가까운 장래에 풀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은 문제가 있다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와 북핵문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문제는 미국을 비롯한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등 주요 강대국들이 모두 달라붙어 채찍과 당근의 외교적 수단을 여러모로 동원해 보았지만 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며칠 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Call White House, Ask for Barack”이라는 칼럼에서 요즘의 외교협상가들을 마치 “무게들기나 윗몸일으키기 등으로 오로지 자신의 몸매 유지에민 관심이 있는 미용체조하는 사람들과 같다”고 비꼬았다. 그들은 자신의 외교활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신들의 유연한 외교적 몸매만 유지하면 된다는 자세를 빗대는 것이었다. 북핵문제만 해도 그렇다. 지난 10여 년간 미국은, 마치 북한과 축구경기를 하면서 북한이 골대를 제멋대로 옮기며 경기하는 것을 어쩌지 못하고, 옮겨 다니는 북한 골대를 마냥 쫓아다니며 골인을 시도해 왔으나 모두 허사였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그간의 ‘다람쥐 쳇바퀴 도는’ 외교를 반복하는 동안에,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았던 북한이 지금은 핵무기 보유국임을 자처하면서 미국과 핵군축회담을 주장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금도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 등 6자회담 참가 5개국은 앞으로의 전망에 대한 아무런 기약도 없이, 6자회담만이 북핵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의 길이라며 6자회담 5중창에 열을 올리면서, 북한의 선처만을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면서도 실제로는 어느 누구도 6자회담이 북핵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지도 않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1월 19일 서울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 후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2월 8일 북한을 방문하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번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은 북한을 6자회담 틀 안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양자 접촉임을 강조하고 있으나, 이미 6자회담 영구불참을 선언한 북한이 만족할 만한 대가 없이 회담 복귀 의사를 밝힐 것 같지는 않다.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이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모든 면에서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은 미국과의 양자회담 결과를 보고 6자회담 또는 다자회담에 참여할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며, 또 6자회담에 참여하더라도 북핵문제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한반도 및 세계 비핵화 문제에 관한 핵군축회담과 함께 한반도 평화보장 문제부터 논의하자는 태도다. 이런 북한이 북한을 찾은 보즈워스 특별대표에게 아무런 사전 보장도 없이 6자회담 복귀의사를 선뜻 내비칠 리가 없다. 만약 북한이 보즈워스와의 대화에서 6자회담에 복귀할 의사를 밝힌다면, 두 가지 이유 중 하나다. 하나는 미국으로부터 상당한 대가를 보장받은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이 다시 회담 판을 벌여놓고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으로서의 위상을 한껏 내세우며 이를 기정사실화하기 위한 계략의 일환일 수 있다.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든 안 하든 미국이나 다른 회담 참가국들이 또다시 북한이 펴놓은 멍석에서 북한이 연주하는 반주에 따라 유연한 몸동작의 미용체조(?)로 자신의 몸매를 다듬는 우스운 모양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한국 자체의 독자적인 대북억지력이 가시화될 때에야 6자회담의 성공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12월 8일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북한방문은 북한의 핵 가면을 벗기느냐 못 벗기느냐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konas) 박용옥(평안남도지사 전 국방부 차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