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임진(壬辰)년 이다. 용의 해라 하여 그 어느 해 보다도 모두가 부푼 꿈에 젖어서 원단을 맞는다. 용은 지극히 상서로운 동물이라 올해에는 용의 기운을 받아 나라가 평안하고 백성이 잘 살게 되기를 기원해 본다. 그러나 어쩐지 시국이 하 수상하니 걱정이 앞서는 것도 숨길 수 없다.
임진년 하면 의례 떠 오르는 것이 왜란(倭亂)이다. 즉 임진왜란이다. 임진왜란은 1592년부터 1598년까지 2차에 걸친 왜군의 침략으로 일어난 전쟁인데 1차 침입이 임진년에 있었기에 통칭 임진왜란이라 부른다. 당시 조선을 침략한 도요토미(豊臣秀吉 ) 군사는 약 20만명. 병력을 9대로 나누어 제1번대가 부산포를 처들어 온 것은 1592년 4월 14일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일본의 전국 시대를 통일하고 봉건지배권을 강화하면서 무력을 키웠다. 도요토미는 오랫동안 싸움에서 얻은 번주들의 강력한 무력을 해외로 방출시켜 국내의 정치적 안정을 도모하고 신흥세력을 억제하려는 의도에서 대륙침략을 획책하게 된다.
그는 조선에게 명(明)을 치러 갈터이니 길을 터달라는 억지를 부린 끝에 조선을 유린한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당시의 조선은 외침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
조선은 왜의 침략을 받은 선조(宣祖) 이전부터 이미 나라의 기운이 쇠퇴(衰退)하여 왔다. 훈구파와 사림파의 끊임없는 정쟁이 있었고 특히 정치적으로는 연산군 이후 명종대에 이르는 약 50년 동안 무오, 갑자, 기묘, 을사의 4대 사화(士禍)를 거치면서 혼란이 극에 달했다.
그리고 선조 즉위 후 격화된 당쟁은 정치의 정상적인 수행을 불가능 하게 만들었다. 또 군사적으로는 조선 초기에 확립된 국방체제가 붕괴되어 외침에 대비하기 위한 ‘비변사’를 설치했으나 이것 또한 정상적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지식층은 문약(文弱)에 빠져 국가의 원기를 잃게 했고, 백성들은 가렴주구에 시달려 살기가 어려웠다. 정치적 혼란, 부실한 국방체제, 비생산적 사회기풍, 빈곤한 백성들의 삶 등 이러한 국가의 병폐들이 결국은 왜란을 불러 들였던 것이다.
비교하긴 좀 안됐지만, 지금 우리 사회도 임진년 조선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국가적으로 볼 때 정치적 혼란은 극에 달했고, 민생은 고달프며 국론은 분열되어 있다. 국방태세도 정신적으로 해이되어 있고 경제도 전망이 썩 밝지는 못하다. 게다가 국민들의 대다수는 정치를 불신, 누구를 믿고 의지해야 할지를 모른다. 딱한 일이다. 이런 처지에 북한은 올해를 강성대국의 해로 잡았다. 안보도 불안 하다. 그래도 어쨋든 시간은 갈 것이다.
4월 11일에 19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있고, 12월 19일엔 제 18대 대통령령 선거가 있다. 나라의 명운을 좌우 할 양대 선거다. 그래서 오는 임진년은 국운이 달린 해이다. 국민들 모두의 현명한 판단과 선택이 필요한 1년이다. 다 같이 자중자애 하면서 새해 벽두 나라의 발전을 념원해 보자.◇
宋在雲(동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