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다라불교성지 순례기 이석복(대불총 사무총장) 파키스탄의 옛 간다라지역인 카이버 팍툰크와(KPK)주의 씨에드 아퀼 샤 관광장관(체육・관광・청소년・고고학 및 박물관 담당)초청으로 우리 일행 19명은 2012년 4월 27일부터 5월 3일까지 대승불교의 성지를 순례하며 환희로운 믿음의 벅찬 감동을 가슴에 안고 돌아올 수 있었다. 우리 순례단은 박희도 대불총 회장님을 단장으로 한국불교 금강선원 총재 활안스님과 청안사 주지 법일스님 두 분의 지도법사와 파키스탄을 40회나 방문한 바 있는 민희식 교수님을 비롯하여 불교계 지도자들 및 대학교수와 기자분들로 구성되었다. 공식적으로는 KPK주 관광장관 초청이었지만 파키스탄 중앙정부의 공무원들은 물론 경찰 및 軍과 파키스탄의 간다라문화예술협회 회원들 역시 적극 참여함으로써 파키스탄의 국가적 초청행사라고 보는 게 적합할 것 같다. 우리 순례단의 목적은 첫째로, 대승불교의 발원지이자 백제불교전래지이며 불경이 결집되고 최초로 불상과 조각 등이 조성되기 시작한 곳으로서 보살사상과 유식학이 창조된 간다라 불교성지순례였으며 둘째로, 불교와 이슬람의 화합정신을 발전시켜 적게는 한·파키스탄 관계발전에, 크게는 세계인류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것이었다. 우리를 초청한 파키스탄 쪽은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등 소위 선진국 대승불교국가들의 불자들이 대규모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간다라불교유적지를 성지순례 또는 관광차 방문함으로써 첫째로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하고 둘째로 세계인류평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우리 일행은 28일부터 순례에 나섰는바, 첫날은 그 유명한 부처님의 고행상(Fasting Buddha)을 라호르(파키스탄 제2도시)박물관에서 접할 수 있었다. 이후 수도인 이슬라마바드로 이동하여 인근 탁실라(Taxila)에서 2500년전 인류 최초대학인 줄리안(Julian)사원과 아쇼카대왕이 세운 다르마라지카(Dharmarajika)의 부처님 사리탑과 사원 등을 순례했다. 4월30일, 백제에 불교를 전파하신 마라난타 스님의 고향과 알렉산더대왕의 기념탑이 있는 스와비지역을 둘러보았다. 5월1일은 KPK주의 수도인 폐샤와르의 박물관에서 기자회견, 산 정상에 있는 탁티히바히 수도원 등을 방문하고 스와트지역으로 이동하여 싱가다르 부처님 사리탑과 불교사원 등을 방문함으로써 순례를 마쳤다. 순례를 하면서 우리는 줄 곳 경찰과 군의 무장경호를 앞뒤로 받았고 호텔도 3중으로 설치된 테러 보호막을 거쳐야 했다. 국가초청인지라 특별조치를 취한 면도 있었지만 아직 탈레반과 알카에다 테러로부터 안전하지 못한 실정임을 실감하였다. 현재는 파키스탄 대부분이 정부가 장악하고 있지만 아프가니스탄과의 접경지역에 탈레반이 약 2천여명 잔존해 있다고 했다. 특히 우리의 눈길을 끈 것은 파키스탄 국민들(97% 무슬림)의 태도인데 매우 순수하였고 불교에 거부감도 전혀 없었고(탈레반 제외) 우리 일행이 손을 흔들면 반갑게 마주 손을 흔들어주는 친근감을 표시해 주었다. 현지 지도자들과의 대담을 통해 고고학자들 외에는 스님은 물론 불교전문가가 전혀 없는 현실이었고, 이태리 고고학자들이 1955년부터 불교유적지 발굴 및 복원을 위해 지원해 주고 있는 현실에서는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러웠다. 파키스탄 정부에서는 불교대학 설립을 위해 토지를 제공해 주겠다는 적극적 제안이 있었지만 우리 불교계에서는 관심이 부족한 듯하다. 이번 순례기간 중 어려웠던 점은 4월 30일 이슬라마바드에서 주파키스탄 한국대사 및 일행이 만찬을 베풀어 주면서 5월 2일이 오사마 빈 라덴 사망 1주기라며 테러위협이 크니 은연중 귀국을 종용할 때였다. 우리 일행은 치안이 불안한 것은 출발할 때부터 어느 정도 각오한 터이지만 빈 라덴 사망 1주기는 미처 몰랐던 터라 당황하였다. 자체 토론 끝에 한 분이 도중 귀국의사를 밝히고 잔여 18명은 파키스탄 정부의 경호조치를 믿고 끝까지 순례를 계속하기로 하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초청한 파키스탄 측은, 우리의 이러한 결정에 감복하였고 우리 대사관 측은 불안해하면서도 유종의 미를 기원해 주었다. 우리가 순례를 하면서 2500여년전 간다라지역 불교지도자들의 고도의 영성적 능력과 예술성에 깊은 감동을 하였고 숨이 막히는 감격의 순간, 즉 참지 못할 정도의 환희심에 복받쳐 울먹이게 되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우리 순례단의 행적을 파키스탄 여러 신문에서 매일 경쟁적으로 보도한 것도 파키스탄의 관심과 기대를 반영하는 것 같다. 우리 불교계는 파키스탄이 간절히 원하는 이 시기에 적극적으로 호응하여 우리의 신행을 위함은 물론 한・파키스탄 관계발전 및 세계 인류평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길을 찾는 것이 북한에 퍼주는 것보다 더욱 바람직 할 것으로 믿는다. 우리 순례단은 간다라성지와 관련하여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하여 나름대로 최선의 길을 찾아 다시 나서야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