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기존 당 정책 노선을 대폭 수정하는 내용의 강령·정책 개정안을 발표했다.
경제·복지 분야에서 '재벌 개혁' '보편적 복지' '무상 의료' 문구를 각각 삭제하고
'경제력 집중 억제와 통제' 등을 대신 집어넣었다.
그러자 당내에서 "왜 우리가 우향우(右向右) 하느냐"는 반발이 거세게 나왔다.
지금 민주당은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파가 뒤로 물러서 있는 사이 소수파가 당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개혁 작업이 현실화할지는 미지수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 지나친 좌파 색채로는 국민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는 자성 목소리가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다. 앞으로 민주당이 말하는 재벌 개혁이 대기업 때리기로 흐르고, 재원 대책도 없이 보편적 복지를 추진하겠다는 무리한 정책들이 합리적으로 조정되지 못한다면 지지층을 넓히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민주당 전대준비위가
기존 강령·정책 전문(前文)의 '한반도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는
문구 앞에 '북한의 핵 개발로'라는 구절을 새로 넣어 북핵(北核)이 한반도 안보 위기의 원인임을 분명히 하고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도 새로 넣었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선 경제·복지 분야 강령·정책 수정만큼 당내 반발도 크지 않아 채택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한반도의 핵 위기가 누구의 도발 때문인지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북의 도발 때마다 사실상의 남북 양비론(兩非論)을 펴왔다. 이런 자세가 북이 바라는 남남(南南) 갈등의 원인이 됐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북은 자기들의 도발이 남남 갈등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고서 점점 더 대담하게 도발하고 있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많은 유권자가 선뜻 민주당을 지지할 수 없었던 데에는 이런 원인도 작용했다.
집권을 노리는 정당으로서 북핵 개발이 한반도 안보 위기의 원인이라는 명백한 사실을 공표하지 못하고, 북한 동포의 참혹한 인권 상황에 눈을 감는다는 것 자체가 비상식(非常識)이다. 민주당은 이번 기회에 이 비상식만이라도 해소해야 한다. 민주당이 강령만이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도 안보 문제에서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다면 민주당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도 바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