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앞세운 거침없는 수사..특수수사의 [교과서] 평가 받아
안상영-남상국 등 조사자 릴레이 자살, 당시 “당혹스럽다” 심경 밝혀
조직 내부의 시각에서만 본다면 한 마디로 [덕장]이다.
수사는 원리원칙대로, 고민하지 않고 밀어붙인다. 민첩하고 거침이 없다.
수사 결과는 본인이 책임진다.
덕분에 따르는 후배가 많다.
업무를 조정해 수사를 지휘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특수수사의 교과서]란 이름이 그냥 붙은 것은 아니다.
주변 사람을 잘 챙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법조계는 물론 문화계와 경제계 등에도 가까이 지내는 이들이 많다.
속 따뜻하고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
이것이 그를 따르는 사람들의 얘기다.
엊그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를 떠난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한 [검찰청 사람들]의 평가다.
그가 사의를 밝힌 직후부터 지금까지
검찰 조직이 공공연히 [사퇴 반대]를 외치고,
법무부장관에게 집단 항명을 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그만큼 채동욱 총장에 대한 검찰 내부의 신망은 흔들림이 없다.
그런데 [혼외 아들 논란]이 불거진 뒤,
언론의 현미경 검증이 이어지면서 그의 과거 행적들이 이슈로 떠올랐다.
여기서 한 가지 특이한 점이 발견됐다.
2004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시절
그가 수사를 지휘한 사건의 당사자들이 잇따라 목숨을 끊은 것.
<안상영> 전 부산시장은 그해 2월 4일 부산구치소에서 목을 매 자살했고,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은 같은 해 3월 11일 한강에 몸을 던졌다.
두 사람 모두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서 수사를 받던 이들이었다.
이 중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의 한강투신은
자살과정과 방법, 그 배경 등에 있어서 사회적으로 매우 큰 충격을 줬다.
남상국 전 사장이 대우건설의 경영을 맡은 시기는 2000년대 말이었다.
그는 대우건설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부터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자살한 때로부터 불과 몇 개월 전인 2003년에는
대우건설을 워크아웃에서 졸업시키는 경영능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가 사장 유임을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에게 3,000만원을 건넸다는 혐의가 드러나면서
강도 높은 검찰수사를 받았다.
그에 대한 검찰의 조사는 3개월째 이어졌다.
혐의도 다양했다.
대우건설 비자금 조성 의혹,
비자금과 관련된 불법정치자금 및 뇌물 제공,
대통령 친형 건평씨에 대한 사장직 연임 청탁 금품 로비 등이었다.
이 중 핵심인 대우건설 비자금 관련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채동욱),
건평씨에 대한 수사는 특수1부(부장검사 김태희)가 각각 나눠 맡았다.
이 과정에서 <채동욱 부장검사>가 이끄는 특수2부는
정대철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
안희정씨,
송영진 의원,
박상규 한나라당 의원,
서정우 변호사 등이
남상국 전 사장으로부터
2억원~15억원에 이르는 불법정치자금을 받았다고 밝혔다.
남상국 전 사장이 자살한 2004년 3월 11일 오전 11시 20분,
노무현 대통령은 생중계로 방송된 TV기자회견에서
사실상 그의 이름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대우건설 사장처럼 좋은 학교 나오시고 크게 성공하신 분들이
시골에 있는 별 볼일 없는 사람(건평씨)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 주고,
그런 일 이제는 없었으면 좋겠다.- 노무현 전 대통령
남상국 전 사장이 건평씨에게 유임을 부탁하면서
3,000만원을 건넸다는 검찰 혐의를 직접 언급한 것이었다.
집에서 아내와 함께 방송을 보던 남상국 전 사장은 대우건설 법무팀장에게 전화를 건다.
내가 모두 짊어지고 간다. 한강 남단에 차를 세워뒀으니 가져가라.
남상국 전 사장의 자살 통지가 법무팀장-변호사를 거쳐
<채동욱 부장검사>에게 전달된 것은 이날 낮 12시10분께였다.
<채동욱 부장검사>는
남상국 전 사장에 대한 조사를 맡은 주임검사를 시켜 전화통화를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12시25분, 주임검사는 경찰 112지령실에
남상국 전 사장의 한강투신 사실을 알린다.
파장은 컸다.
대통령의 [막말]이 죽음을 불렀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청와대는 당혹스러워했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대통령 책임론]을 내세웠다.
친형을 감싸기 위해
전문경영인을 국민 앞에서 모욕적인 언사로 깎아내린 대통령은
이 엄중한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 민주당 장전형 수석부대변인
유가족은
남상국 전 사장이 [파렴치범]으로 몰리자
[수치심]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자신의 혐의를 진실로 단정 짓는 대통령의 일방적인 발표에
죽음으로 항변을 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채동욱 부장검사>는 사건 직후, 브리핑을 했다.
특수2부에서 대우건설 비자금 관련 남 사장을 조사한 것은
1월 27일이 마지막이었다.<안상영> 전 부산시장의 자살사건과 한화갑 의원 조사 때문에
그 이후로 남 사장을 조사하지 못했다.
남상국 전 사장에 대한 조사를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특수1, 2부는
각각 긴급회의를 열어 조사 당시 상황과 내용을 확인하면서
문제가 없었는지를 자체 점검했다.
심경을 묻는 질문에 <채동욱 부장검사>는 이렇게 말했다.
우울하다. 마음이 편치 않다.
당혹스럽다.
사건이 일어나고 11일이 지난 3월 22일 낮 2시2분,
남상국 전 사장은 한남대교 남단 하류 100m지점에서 주검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남상국 전 사장의 자살사건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조사자들의 잇따른 자살로 [시련]을 겪은 <채동욱 부장검사>는
그 뒤 대전지검 서산지청장 발령을 받고 서울을 떠난다.
그리고 2년 뒤인 2006년 2월,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으로 화려하게 복귀한다.
[자유민주·시장경제의 파수꾼 - 뉴데일리/new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