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前총장의 가장 큰 잘못은 대국민 기만(欺瞞) 뿐 아니라 검찰중립성 훼손이다. 그는 단순한 사실(事實) 확인 문제를 정치적으로 변질시켜왔다.
최초 조선일보 보도가 나간 후인 9월6일, 채 前총장은 “혼외자식 보도는 불순의도”라며 “검찰 흔들기”로 규정했다. “검찰을 흔들려는 시도에 굳건히 대처 하겠다”고도 했다. 검찰이라는 공조직도 동원했다. 검찰 내부회의를 열고 검찰 대변인이 등장했다.
그는 9월13일 사퇴의 변(辯)에서도 “공직자의 양심적인 직무수행을 어렵게 하는 일”이라고 상황을 규정했다. 9월24일 정정보도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수사의 독립성 훼손”을 주장했다. 9월30일 퇴임사에서는 “정치적으로 중립된 검찰”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여러 차례 역설했다. 자신은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억울하게 쫓겨나는 정치적 희생양 양 분(扮)했다. 수위와 농도를 바꿔가며 언어와 법리(法理)로 줄타기했다.
검찰청법 제4조는 검사의 직무를 “공익의 대표자로서 범죄수사” 등을 규정하고 “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할 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적고 있다.
채 前총장 내연녀로 지목된 임 여인이 거부하는 상황에서 “생물학적 의미의 유전자 검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진실 여부를 떠나 자신의 개인사에 검찰 공조직을 끌어들이고 온 나라를 분열시킨 채 前총장의 잘못은 심각하다. 스스로 정치적 중립을 어기고, 퇴임사에서 말했던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는커녕 남아 있는 신뢰마저 깨버렸다. 전(全) 검찰조직이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한 채 前총장을 상대로 소송이라도 제기해야 할 판이다. 그들이 채 前총장의 호위무사가 아니라면 말이다. <조갑제 닷컴 김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