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 반대의사를 피력한 것에 이목이 집중된다.
시 주석은 7일 박 대통령과의 비공개 대화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 “북핵 보유를 반대하며, 북한의 추가적 핵실험을 결연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가 8일 전했다.
시 주석의 이날 발언은 북핵 능력 고도화를 우려한 ‘원론’ 수준의 경계 발언일 수도 있지만, 4차 핵실험 징후를 포착하고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북이 기습적으로 추가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국책연구원의 한 북핵 전문가는 8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정치적 결단은 국제사회의 예상을 빗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면서 “핵무기 소형화를 위해 기습적으로 핵실험을 감행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시 주석이 북한에 경고를 보낸 것으로도 해석된다”고 말했다.
특히 시 주석의 발언은 올 2월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이 최근 영변의 5㎿급 원자로를 재가동하는 등 추가 핵실험 준비를 해놓은 상황에서 최근 남북관계를 다시 긴장국면으로 전환시키고 있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4차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 소형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에 대한 중국의 우려도 엿볼 수 있다.
박 대통령도 북한의 영변원자로 재가동설을 거론하면서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가 중단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언급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 2월 3차 핵실험에서 사용하지 않은 터널 1곳이 남아 있어 언제라도 실험할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이 정부 당국의 분석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 가능성은 최근 북핵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최근 방한했던 리빈(李彬) 중국 칭화(淸華)대 국제문제연구소 교수도 아산정책연구원 주최 세미나에서 “북한이 아직까지 핵탄두 소형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핵탄두 소형화를 위해 플루토늄으로 최소한 한 차례 이상 핵실험을 더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팡펑후이(房峰輝) 중국 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은 이미 지난 4월 방중한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과의 회담에서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했고, 앞으로 4차 핵실험을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4차 핵실험 준비를 완료한 북한이 중국 측 반발 때문에 미뤄왔다는 주장도 수차례 제기됐었다.
문화닷컴 /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