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심리전단팀 소속 여직원 황모씨가 검찰 조사 당시 상부로부터 이슈 및 논지를 서면으로 시달받았다고 진술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면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62) 등에 대한 불리한 진술을 번복했다.
황씨는 지난해 12월 오피스텔에 감금됐던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와 같은 안보3팀 5파트 소속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 심리로 4일 열린 원 전 원장 등에 대한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황씨는 "변호인이 입회하지 않은 상태에서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되고 긴장된 상태에서 잘 모르는 부분을 단정적으로 진술했던 부분이 많았다"면서 "업무메뉴얼은 물론 이슈 및 논지에 대해 서면으로 전달받은 적은 없다"고 증언했다.
원 전 원장 등에 대한 트위터를 이용한 선거 개입 혐의가 공소사실에 추가된 이후 첫 열린 이날 공판은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정보국장 등 심리와 병합해 진행됐다.
황씨는 '외부활동 관련 동일장소 이용 반복 금지', '청사 인근 카페 사용 자제', '흔적 남기는 행위 주의' 등 내용이 담긴 업무메뉴얼을 이메일을 통해 전달받았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지만 "여타 행정 메일과 착각했다"고 증언을 바꿨다.
황씨는 "추후에 진술했던 조서를 살펴보니 오류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업무메뉴얼을 구두로 전달받았을 뿐 서면으로는 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마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의아해했지만 황씨는 "당시 행정 메일이 많았기 때문에 뭘 봤는지 기억 못하고 진술했던 것 같다"고 되풀이했다.
또 '무상복지', 'NLL문제', '제주해군기지' 등에 대한 이슈 및 논지가 상부로부터 시달된 것은 맞지만 구두로만 전달 받았고 자세한 내용은 개인적인 생각이 많이 들어갔다고 증언했다.
한편 이날 검찰신문 과정에서 황씨가 기존에 밝혀진 '오늘의 유머', '뽐뿌' 외에도 포털사이트 네이버 등에서 활동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황씨는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직후 '82쿡 사이트'에 당시 유력한 여당 대선 후보인 박 대통령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언급하면서 대권 도전 자격이 있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작성했다.
'어떤 이슈와 논지를 시달받았나'는 검찰 측 질문에 황씨는 "이슈 및 논지와는 전혀 무관하게 제 생각을 쓴 것"이라고 답했다.
또 지난해 7월12일에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이정희 통합진보당 전 대표가 정치활동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민주당이 총선에 이어 대선에서도 기본적인 자질조차 갖추지 않은 통진당과 통합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한 내용을 적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도 황씨는 "이슈 및 논지를 시달받은 적 없이 제가 그냥 쓴 것"이라면서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아니지만 그 당시 굉장히 이슈가 돼서 올린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와 관련해 원 전 원장 측은 "검찰신문 내용이 공소장에 들어있지 않은 내용"이라면서 "방어가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라서 이같은 신문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항변했다.
검찰은 "추가로 발견된 글로 나중에 공소장에 추가할 예정"이라고 반박했지만 재판부는 원 전 원장 측 의견을 받아들여 "앞으로 공소장에 없는 부분은 신문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동아닷컴/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