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일"이라더니… 거짓으로 드러난 蔡 前총장의 말]
본지 상대 정정보도 청구때도 "임씨 母子에 대한 인적 사항, 주소 등 파악 못해" 주장했지만
뒤로는 제3자 통해 간접 접촉… 임씨에 '행동 요령' 지시 가능성
지난 9월 6일 채동욱(54)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婚外子)에 대한 본지 첫 보도가 나가자 채 전 총장의 첫 반응은 "본인은 전혀 모르는 일"이었다. 이후 18일이 지나서도 그는 내연녀로 지목된 임모(54)씨의 인적 사항이나 주소조차 파악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채 전 총장이 본지 첫 보도 하루 전날(9월 5일) 밤 제삼자를 통해 임씨와 간접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의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혼외자 사태가 불거지면서 채 전 총장 본인이 직접 임씨에게 연락하는 상황이 어렵게 되자 제삼자를 끼워 임씨에게 행동 요령을 지시하는 등 수시로 '말 맞추기'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두 사람 메신저 역할 한 사람은?
채 전 총장과 임씨 간 사실상 메신저 역할을 한 F사 부사장 이모(55)씨는 "채 전 총장이 9월 5일 저녁 10시쯤 조선일보의 보도 사실을 알고 전화를 걸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그날 자정 전후까지 채 전 총장, 임씨와 번갈아 가며 20차례 넘게 통화하며 메신저 역할을 했다. 당시 채 전 총장은 이씨에게 혼외자 이야기를 하면서 임씨의 본명과, 부산 카페를 운영할 때 썼던 '윤○○'라는 가명(假名)을 번갈아 썼다고 한다.
코스닥 상장사 F사의 부사장인 이씨는 채 전 총장과 중·고교 동기 동창이다. 별다른 연락 없이 지내다 채 전 총장이 서울지검 특수2부장 재직 때인 2003년부터 친하게 지냈다고 한다.
하지만 이씨는 당시 두 사람과 전화를 통해 사실상 메신저 역할을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10여년 동안 두 사람을 다 알고 지내면서도 혼외자 존재 여부를 모른다는 그의 말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F사는 사실상 채 전 총장의 '지인'들이 운영하는 기업이다. 이 부사장뿐 아니라 대표이사인 박모(55) 사장과 김모(55) 감사 역시 채 전 총장과 밀접한 사이이기 때문이다. 이 셋은 모두 동갑으로 채 전 총장보다 한 살 많지만 1월생인 채 전 총장과는 같은 시기에 학교를 다녔다.
◇채 前총장, 임 여인 입막음 성공(?)
채 전 총장은 9월 6일 첫 보도 직후 "본인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을 흔들고자 하는 모든 시도에 굳건히 대처하겠다"면서 사적 문제에 검찰 조직까지 끌어들였다. 모호한 태도를 보이던 채 전 총장은 첫 보도 3일 만인 9월 9일 본지에 법적으로 대응할 방침을 밝혔다. 임씨는 본지 보도가 나가는 날 새벽 도망치듯 본인의 아파트를 떠나 잠적했다. 임씨는 같은 달 10일 본지와 한겨레에 "채동욱씨와 연락이 닿은 지 수년이 지났다"는 내용의 해명 편지를 보냈다.
9월 5일 밤 '채 전 총장↔이모(55)씨↔임 여인' 사이에 오간 통화 수십 건은, 이처럼 급박하게 잠적한 임씨가 정작 자신은 드러내지 않은 채 '현직 검찰총장을 아이 아빠로 사칭(詐稱)했다'고 주장하는 편지를 언론사에 보내 일으킨, "임씨 배후에 누군가 있는 게 아니냐"던 항간의 의혹에 일부 해답을 주는 셈이다.
채 전 총장은 9월 24일 본지를 상대로 낸 정정 보도 청구 소장(訴狀)에 "소 제기 시점까지 'Y씨(임씨)' 모자에 대한 인적 사항 및 주소 등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이 부분(인적 사항 및 주소)이 확인되는 즉시 유전자 감식·감정 신청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끝까지 혼외자 존재를 인정하지 않은 채 부인(否認)으로 일관했던 것도 결국 간접 접촉을 통해 임씨에 대한 설득이나 입막음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초 임씨가 경기도 가평의 한 아파트에 숨어 지낼 당시 임씨가 누군가로부터 행동 지시나 부탁을 받는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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