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나무기증 운동' 이벤트에 치우쳐… 기증자 재산만 축낸 셈
문화재청이 지난 2009년 숭례문 복구용 나무 기증 캠페인을 벌이며 국민 11명으로부터 기증받은 소나무가 대부분 적심(積心·지붕의 공간을 채운 잡목) 등으로 쓰인 것으로 밝혀졌다. 문화재청은 359재(제재목 338재·통나무 21주)를 기증받았지만 이 나무들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기증자들에게 알려주지도 않았다.
문화재청은 본지에 "일부 기증목은 실험 결과 주요 기둥이나 대들보 등 체목(體木)으로 쓰기엔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문화재청은 기증목에서 시료를 채취해 강도·생물열화(세균 등에 의한 목재의 변질)·목질 성능 등을 조사했다. 강도 측정 결과 이 기증목은 종압축강도 326kg/㎠, 휨강도 582kg/㎠. 문화재 수리 표준시방서의 기준(각각 430kg/㎠, 747kg/㎠)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이 숭례문 복구 홍보 효과만 지나치게 강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숭례문 여기저기에 내 나무가 안 들어간 데가 없어요. 집 지으려고 7년 동안 바짝 건조한 좋은 나무거든.”
충남 태안의 A씨는 지난 5월 완공된 숭례문 문루(門樓)의 주요 기둥에 자신이 기증한 나무가 쓰였다고 믿고 있다. 본지 취재팀과의 전화 통화에서 그는 “국보 1호 숭례문이 위풍당당한 모습을 되찾길 바라는 마음으로 선뜻 내놨다. 얼마나 정성스럽게 관리하던 나무인 줄 아느냐”고 했다. 그는 한옥을 짓기 위해 7년간 말린 목재 338재(시가 4억원대)를 기증했다. 당시 나무 상태를 본 한 대목장은 “곧바로 써도 좋을 만큼 품질이 좋다”고 감탄까지 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뒤늦게 이 나무를 기둥이나 대들보 등 주요 부분에 쓸 수 없다는 걸 알게 됐고, 결국 A씨가 기증한 나무 대부분을 적심(積心·빈 공간을 채운 잡목)으로 썼다. A씨 외 다른 기증자 10명도 자신들의 귀한 나무가 어디에 쓰였는지 알지 못한다. “이런 식의 ‘나무 기증 운동’으로는 최고 수준 목재를 처음부터 구할 수 없었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문화재청이 ‘쇼’하느라고 집으로 지었으면 훌륭했을 나무를 잡목으로 써버렸다”는 게 관계자의 고백이다. 숭례문이 불에 타자 국민 133명이 앞다퉈 소나무를 내놓겠다고 했었다. 당시 문화재청은 귀한 나무를 받고 “기증받은 소나무를 어디에 썼는지 알려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문화재청은 완공 후 ‘숭례문 복구 및 성곽 복원 공사 보고서’를 작성해 기증받은 소나무의 종류·크기·사용처를 기록했다고 했지만 보고서에 아예 이름이 누락된 기증자도 있다. 국민 참여 캠페인이라는 이벤트에 치우쳐 공연히 기증자의 재산만 축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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