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2002년 동국대에 기부한 老僧
올해 기숙사 착공식 날 3억원 내놔… 이름 밝히지 않고 약정식도 거절
[동아단독] 1억, 2억, 3억… 기부하곤 사라진 스님
지난 20일 오전
9시 30분쯤 지팡이를 짚은 노(老)스님이 서울 동국대 본관을 찾아왔다. 허름한 니트 모자, 맨발에 운동화 차림이었다. "아흔둘 먹은 중일
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스님은 "학생들에게 돈을 내려고 왔다"고 했다. 마침 그날 기숙사 착공식이 있다는 말을 들은 스님은 "보고 싶다"며
김희옥 동국대 총장 일행과 교직원 버스를 타고 따라나섰다. 경기도 일산 기숙사 공사 현장을 둘러본 스님은 "학생들이 잘 배워야 나라도, 불교도
잘된다"며 품에서 수표 석 장을 꺼내 김 총장에게 건넸다. 1억원짜리 석 장, 모두 3억원이다. 봉투도 없었다. 스님은 "얼마 안 돼서
미안하다"고 했다. 기부약정식이나 사진 촬영은 거절했고, 연락처나 거처도 말하지 않았다. 다만 "번거롭게 그럴 필요 없다. 내가 누군지 알리지
말아달라"고 했다. 스님은 "재물은 죽을 때 가지고 돌아갈 수 있는 게 아니니 가지고 있는 건 다 주고 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스님은 "사찰까지 모셔다 드리겠다"는 학교 측의 '청'도 거절했다. 왔던 것처럼 지팡이를 짚고 걸어서 돌아갔다. 교직원에겐 "더는 따라오지 마. 내가 언제까지 살지 모르지만, 돈이 모이면 다시 올게"라고 했다. 스님은 떠나가기 전에 "예전에도 동국대에 기부한 적이 있다"고 했다. 교직원이 기록을 뒤지니 2000년에 1억원, 2002년 2억원을 내놓고 사라진 익명의 스님이 이 노스님이 분명했다. 그때의 기부금은 동국대 일산병원 건축과 재학생 장학금으로 쓰였다. 스님은 그 뒤로도 사찰에서 지급하는 교통비와 신도들의 시주 등을 모았다가 12년 만에 동국대를 다시 찾아온 것이다.
동국대는 이날 받은 3억원을 학생들을 위한 인재육성기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한편 공교롭게 이날, 부산 숭림사의 진락 스님(여·66)도 모교인 동국대에 5억원을 기부했다. 진락 스님은 1996년 숭림사 옆에 사찰 부설 유치원을 개원했는데, 이후 18년간 받은 유치원장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 기부금을 마련했다. 동국대 측은 "학생들을 잘 키워달라는 스님들의 뜻을 받들겠다"고 했다.
스님은 "사찰까지 모셔다 드리겠다"는 학교 측의 '청'도 거절했다. 왔던 것처럼 지팡이를 짚고 걸어서 돌아갔다. 교직원에겐 "더는 따라오지 마. 내가 언제까지 살지 모르지만, 돈이 모이면 다시 올게"라고 했다. 스님은 떠나가기 전에 "예전에도 동국대에 기부한 적이 있다"고 했다. 교직원이 기록을 뒤지니 2000년에 1억원, 2002년 2억원을 내놓고 사라진 익명의 스님이 이 노스님이 분명했다. 그때의 기부금은 동국대 일산병원 건축과 재학생 장학금으로 쓰였다. 스님은 그 뒤로도 사찰에서 지급하는 교통비와 신도들의 시주 등을 모았다가 12년 만에 동국대를 다시 찾아온 것이다.
동국대는 이날 받은 3억원을 학생들을 위한 인재육성기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한편 공교롭게 이날, 부산 숭림사의 진락 스님(여·66)도 모교인 동국대에 5억원을 기부했다. 진락 스님은 1996년 숭림사 옆에 사찰 부설 유치원을 개원했는데, 이후 18년간 받은 유치원장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 기부금을 마련했다. 동국대 측은 "학생들을 잘 키워달라는 스님들의 뜻을 받들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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