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나포됐다가 풀려난 북한 어민들이 우리 군으로부터 인권 탄압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은 향후 북한의 도발을 정당화하려는 전술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사흘 뒤 평양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남측이) 쇠파이프로 구타했고 군홧발로 짓밟고 팔을 꺾어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노동신문에서 “천인공노할 깡패 행위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될 것이다”고 비난하는 등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27일 당일 수차례에 걸쳐 “NLL 이북으로 돌아가라” “북한 경비정이 데려가라”고 경고 방송을 보냈고, 이에 응하지 않자 해상에 경고사격 한 뒤 세 시간 만에 나포했다는 게 우리 군의 설명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 선원들이 횃불과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저항해 저지하는 과정에서 진압봉으로 견제한 것을 두고 구타라고 주장한다”며 “나포 후 초코파이를 주며 허기를 달래게 했고 조사에서 대공 용의점이 없고 귀환 의사가 명확해 식수와 식량을 실어 곧바로 송환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북한이 연일 공세에 나서는 이유에 대해 군은 세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키기 위해 의도적인 트집 잡기에 나섰다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북한은 우리 군의 경고에 대응치 않다가 어선이 NLL을 넘자 경비정 3척을 동원하며 긴장을 유발했다. 지난달 24일 연평도 인근에서 북한 경비정 1척이 NLL을 침범한 것도 이런 움직임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이산가족 상봉 후 별다른 진전이 없는 남북관계에 대한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연이은 미사일 발사로 불리하게 돌아가는 국제 여론을 의식했다는 것이다. 가능성은 낮지만 북한 어민들이 실수로 NLL을 월선한
것을 무마하기 위해 구타당했다고 허위 진술을 했고, 북한 당국이 이를 사실로 간주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30일 등장한 어민들에게 구타의 흔적은
전혀 없었다.
유성운 기자 / 중앙일보
유성운 기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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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중앙조인스 닷컴
http://joongang.joins.com/article/198/14315198.html?ctg=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