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진해운 수사를 지휘한 해양경찰청 이용욱 정보수사국장이 ㈜세모에서 근무한 기독교복음침례회(소위 구원파) 신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세모는
세월호를 운영하는 청해진해운과 함께 세모그룹의 계열사 가운데 하나다. 이 국장은 1991년부터 7년간 세모의 조선사업부에서 대리로 근무하다
조선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1997년 해경 경정에 특채됐다. 그는 2011년 경무관으로 승진해 이듬해 7월 해경 정보수사국장으로 임명됐다. 이
국장은 박사 학위 논문에서 "면학의 계기를 만들어 준 (세모그룹) 유병언 회장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고 썼다. 이 국장은 문제가 터지자 "구원파가 문제가 있는 걸 깨닫고
해경에 들어갈 때는 이미 관계를 끊었다"고 했다.
해경 정보수사국장은 해경의 정보 수집과 수사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 국장은
세월호 침몰 직후 이틀간 해경의 초기 수사를 지휘했다. 세월호 침몰 당일인 지난달 16일엔 해경 정보수사국 산하 광역수사대를 지휘해 청해진해운을
압수 수색했다. 이 국장은 18일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발족해 수사에 나선 이후에는 실종자 구조 업무를 맡아왔다. 하지만 그의 부하들은
합동수사본부에서 그대로 일하고 있다. 그 부하들이 이 국장에게 수사 상황을 수시로 보고하거나 이 국장이 부하들에게 수사 방향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 국장이 한때 세모에서 근무한 구원파 신도였고 유병언 회장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던
입장이라면 이 사실을 해경청장에게 보고하고 청해진 수사에서 스스로 물러났어야 옳다. 그러나 그는 그러지 않았다. 해경 지휘부도 인사기록 카드에
이 국장이 세모에서 근무한 사실이 적혀 있다는 걸 알았다면 처음부터 이 국장을 수사에서 배제했어야 한다. 세모 출신이 수사 책임자라는 사실이
나중에 드러나게 되면 누구도 수사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경은 언론에 보도된 후에야 1일 이 국장을 국제협력관으로 발령
냈다.
해경은 세월호 침몰 직후 선장 이준석씨를 구조한 뒤 이씨의 음주 여부도 조사하지 않았다. 또 이씨를 기자들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목포 해양경찰서 소속 한 경찰관 집에서 재우기도 했다. 이제 와서 보면 해경이 이씨를 이렇게 특별 대우한 것이 혹시 이 국장과
관련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이 국장이 수사 과정에서 어떤 지시를 내리고 어떤 개입을 했는지 반드시 조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