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자가 8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도정(道政)을 경기도의 야당 의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풀겠다"며 "야당 인사를 '사회 통합 부지사'에 임명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자도 8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출마했던 신구범 후보에게 도정 인수위원장에 해당하는 '새도정준비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새정치연합 안희정 충남지사 당선자 역시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진보든 보수든 이렇게 가면 안 된다"며 "헐뜯고 싸우지 말고 이제 단결해서 한 단계 진전하자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이 세 당선자는 여야(與野)에서 차세대 리더로 꼽히는 인물들이다. 소속 정당과 살아온 이력·경력은 달라도 50세 안팎에 이른 386 세대라는 공통점이 있다. 세 사람은 20년 가까이 정치 현장에서 극단적 여야 대결을 직접 체험했다. 때론 여야 갈등과 대결의 맨 앞에 서기도 했다. 그런 세 사람이 도지사 당선 후 일성(一聲)으로 여야 협력과 통합의 정치를 내걸었다.
우리 지방자치의 가장 큰 문제는 지방선거가 주요 정당 간 대결의 장(場)이 되면서 지방 행정마저 정쟁(政爭)과 편 가르기의 싸움판이 된다는 점이다. 단체장과 지방의회 다수당이 다르면 사사건건 멱살잡이와 폭력이 난무했다. 이래서는 주민을 위한 행정(行政)과 의정(議政)이 될 리가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기초단체장·의원에 대한 정당 공천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이번 선거 역시 정당 공천이 이뤄졌다. 그 결과 이번에도 지역 일꾼을 뽑는다는 지방자치의 본래 취지는 묻힌 채 정당 대결로 치러졌다. 앞으로 4년 또한 지방자치가 총·대선을 겨냥한 중앙 정치의 축소판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남·원 두 당선자의 제안을 야당이 받아들인다면 이런 걱정을 상당 정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
새정치연합 경기도당·제주도당은 일단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견제와 감시가 기본 책무인 야당이 왜 필요하냐는 얘기가 나올 수 있고, 상대편의 진심을 선뜻 믿기가 어렵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제주지사에 출마했던 신구범 후보는 정작 받아들일 수 있다는 반응이라고 한다. 세 당선자는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통합의 정치를 당선 일성으로 내세웠던 그 정신을 지자체 현장에서 계속 살려나갈 길을 찾아야 한다. 자신에게 반대했던 정당과 그 지지층의 목소리를 지방 행정에 반영하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지방자치, 더 나아가 한국 정치에 새바람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