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이 한센인총연합회에 정식 사과하고 사과문을 언론에 광고하기로 약속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서명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선처 탄원서에 한센인을 비하하는 발언이 포함됐다는 논란이 증폭됐기 때문이다.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스님은 5일 오전 10시 한센인총연합회 사무실을 방문해 이길용 한센인총연합회장과 최광현 전무이사 등을 만나 공식 사과하고, 한센인 인권증진 추진을 위한 확약서를 작성했다. 논란이 제기된 탄원서는 도법스님이 직접 작성한 뒤 자승스님으로부터 서명을 받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원서에서 문제가 된 구절은 ‘나병환자들이 사람대우를 받을 수 없었던 때, 전염이 두려워 그들에게 아무도 가까이 가지 않을 때에도 그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종교인의 사명’이라는 문장이다.
강정모 한센인총연합회 사업본부 차장은 “요즘은 잘 쓰지 않는 ‘나병’이라는 명칭, ‘전염이 두려워 아무도 가까이 가지 않는다’는 구절이 큰 문제가 돼 많은 민원이 제기됐다”며 “다른 곳도 아닌 종교계에서 기존의 사회적 편견을 그대로 담은 문구를 사용한 것은 종교가 되려 편견을 야기시킨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 차장은 “해당 문제를 조계종 측에 알린 뒤 답신이 없을 시 집단행동까지도 준비하고 있었다. 다행히 도법스님이 직접 방문을 통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주셨다”며 “이번 사태가 불교계는 물론 사회적으로 한센인 인권증진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법스님은 이길용 회장과 △한센인과 그 가족들에 대한 사과 △재발방지를 비롯한 한센인 인권 개선 노력 △한센인 생활안정과 인권개선을 위한 사회적 책임 실천 등을 약속하는 확약서를 작성했다. 또, 언론 등을 통해 사과문을 공식 게재하기로 약속했다.
지난 7월 28일, 자승스님을 비롯한 4대 종단 지도자들은 내란 혐의로 구속된 이석기 의원의 결심 공판에 앞서 재판부에 선처를 부탁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 도법스님이 서명한 확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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