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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통합진보당 의원과 남편 심재환 변호사에게 ‘종북’ 의혹을 제기한 정치평론가 변희재 씨에게 법원이 명예훼손 판결을 내린 가운데, 법조계·학계 인사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자유민주연구원은 21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한글회관에서 ‘대한민국에서 종북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는 정기승 전 대법관, 고영주 변호사(전 서울 남부지검장), 차기환 변호사(전 서울중앙지법 판사), 최대권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 양동안 한국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조영기 고려대 교수 등과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홍순경 북한민주화위원장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발제를 맡은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현재 한국사회에서 종북이란 용어는 사회과학적으로 정립된 개념도 아니며, 법률적 용어도 아닌 탓에 매우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며 “종북이란 용어가 사용하는 사람의 가치관과 정치 사회적 성향, 소속 집단 및 이해관계 등에 따라 다양하게 받아들여지고 사용되고 있어, 일의적으로 정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 원장은 “종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형법이나 민법상 명예를 훼손되었다고 인정되려면, 종북의 개념과 그 표현의 폐해와 파급에 대한 설득력 있는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종북 용어는 북한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것으로서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헌법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행위를 해 형사처벌의 대상도 될 수 있다는 부정적이고 치명적인 의미를 갖는다”며 “남북이 대치하고 국가보안법이 시행되고 있는 현실에서 특정인이 ‘종북’으로 지목될 경우, 그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으로서 반사회세력으로 몰리고 사회적 명성과 평판이 크게 손상될 것”이라며 명예훼손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유 원장은 “종북 개념에 대한 재판부의 인식이 보편적이며 적절하냐의 문제”라며 “종북에 대한 특정 범주의 개념을 가지고 그 의미를 규정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국내에서 종북이라고 지목된다고 해서 재판부가 판시한 대로 우리 사회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으로서 반사회세력으로 몰리고 그에 대한 사회적 명성과 평판이 크게 손상되지도 않고 있다”면서 “그들이 북한 정권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여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헌법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행위를 하여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는 사람으로서 반사회세력이라는 부정적이고 치명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도리어 종북이라고 지목되는 단체나 인사들이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을 받지 않고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하며 도리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면서 “경기동부연합 구성원이라고 해서 이들이 모두 형사처벌을 받지도 않았으며 반사회적 세력으로 치명적인 삶을 살고 있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정기승 전 대법관은 “통합진보당에 대해 정부가 정당해산심판 청구도 했는데, 이 대표 부부를 종북이라고 비판할 수 없다면 누구를 종북이라 할 수 있느냐”라고 꼬집었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오히려 기존의 넓은 개념을 적용해 종북이라는 말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판사가 ‘종북’ 용어를 규정해도 되는지, 구체적으로 피고인들이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조 대표는 ‘종북’은 행태적 용어라며 다른 용어를 개발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 예로 대한민국 세력과 반(反)대한민국 세력, 즉 대세와 반대세로 구분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차기환 변호사는 이정희 대표는 같은 당 이석기 의원이 내란음모‧선동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데도 비판은커녕 이 의원을 변호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대표의 남편인 심재환 변호사는 북한의 KAL기 폭파 사건의 음모론을 제기하며 ‘김현희는 완전히 가짜’라고 주장하는 등 종북 비판은 이 대표 부부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대권 교수는 “종북 여부는 이 대표 부부가 증명할 문제”라며 “의혹을 제기한 언론에 명확한 증거를 대라며 입증 책임을 지우는 것은 법과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 보도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었다면 다시 언론을 통해 사실을 바로잡고 국민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며 “법원은 이 대표 부부를 종북이라 부르는 것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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