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공약 사업’을 위해 서울 시내 대학 주변 숲 개발을 허용,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한 매체가 보도했다.
공약 사업 위해 개발 허용… 적절한가?
시사주간지 <시사저널>(9월29일字)은, 서울시가 시내 주요 대학 인근의 비오톱 등급을 下向(하향) 조정해 기숙사를 지을 수 있도록 허용했고, 그로 인해 대규모 도심 綠地(녹지)가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서울시의 녹지지구가 부족한 터에 공약 사업 이행을 위해 대규모로 개발을 허용한 게 적절했는지를 두고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비오톱(Biotope)’이란 그리스어로 생물을 뜻하는 ‘Bio’와 장소를 뜻하는 ‘Topos’의 합성어다. 특정 동식물이 하나의 생활 공동체를 이루는 소규모 서식지를 말한다. 도시 지역의 생태가 악화되면서 생물群集(군집)이 줄어들자 남은 개체를 보존 및 복원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다.
비오톱은 크게 ▲유형평가 ▲개별평가 두 가지 평가로 구성된다. 유형평가는 대상지 전체에 대해 절대적으로 보전이 필요한 비오톱 유형 1등급부터 부분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5등급까지로 나누고, 개별평가는 보전 및 복원 필요 여부에 따라 3등급으로 분류한다. 서울시는 條例(조례)를 통해 유형 및 개별 평가 모두 1등급인 ‘비오톱 1등급지’에 대해선 개발 행위를 금하고 있다.
작년 5월, 비오톱 등급 대대적 下向 조정
이 매체에 따르면, 서울시는 2012년 6월 ‘희망서울 대학생 주거 환경 개선 사업’(이하 ‘사업’)에 착수했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 사업에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대학 내 건축물을 새로 지을 때 인허가 기간도 대폭 단축시켰다고 한다. 신축 계획에서 대학의 재량권도 확대했다. 그 결과 현재 서울 시내 20개 대학에 총 6720실(1만 5969명) 규모의 ‘기숙사 건립 세부시설 조성 계획 결정’도 완료되었다고 한다.
당초 ‘사업’을 실시할 때는 비오톱 1등급지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만 기숙사 신축을 허용한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그런데 2013년 5월, 서울 소재 대학 주변 비오톱 등급이 대대적으로 下向 조정되었다. 결국 비오톱 규정에 발목을 잡혔던 상당수 대학이 기숙사 신축을 승인받을 수 있었다.
이화여대 사례
<시사저널>은 이화여대가 인근 북아현숲 3만 149㎡ 내 수목 1100여 그루를 베어냈다고 했다. 재학생 2344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의 기숙사를 짓기 위해서였다. 해당 부지는 비오톱 1등급지가 1만 9967㎡ 포함돼 있어 건물 신축이 허가되지 않는 곳이었다. 하지만 비오톱 등급 하향 조정(개별 1등급을 2등급으로)으로 건물 신축이 가능하게 됐고, 지난해 9월 서울시로부터 사업 승인을 얻어냈다. 지난 7월22일 기공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이 자리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참석해 축사를 했다.
연세대와 광운대 사례
<시사저널>은 연세대와 광운대의 사례도 소개했다. 이 매체는 “(두 대학의) 비오톱 등급이 조정되고 한 달이 지난 2013년 6월, 서울시 제10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기숙사 신축 계획안을 승인받았다”고 했다. 연세대의 경우 유가공실습장 뒤편 연면적 4만648㎡의 부지에 5층 높이의 기숙사 4개동이 들어설 예정이다. 광운대도 노원구 월계동 500-40번지 일대에 845명을 수용할 수 있는 지상 7층, 연면적 2만630㎡, 총 425실 규모의 기숙사 2개동을 새로 짓는 중이다. 매체는 두 곳 모두 “2013년 5월 이전만 해도 모두 비오톱 1등급지로 개발 행위가 불가능했던 곳”이라고 밝혔다.
여의도의 약 40%에 달하는 땅의 제한 풀려
<시사저널>은 이밖에도 2013년 5월 발표된 <서울특별시 고시 제2013-136호> 내용을 全數 (전수)분석했다고 한다. 그 결과 원래 1등급이었던 467필지 총 1.17㎢의 비오톱 등급이 하향 조정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매체는 “서울 여의도(2.9㎢)의 약 40%에 해당하는 땅의 개발 제한이 일거에 풀린 셈”이라고 했다.
등급 변경 면적이 넓은 땅을 중심으로 세부 분석을 한 결과, 비오톱 등급이 下向 조정된 곳은 상대적으로 대학 캠퍼스 안팎이 많았다고 한다. 上向 조정된 곳은 캠퍼스와 다소 거리가 있는 산, 언덕, 임야 지대 등인 경우가 많았다. 즉 대학 측이 개발에 착수하기 수월한 캠퍼스 인근 땅을 중심으로 비오톱 등급이 下向되는 추세가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비오톱 등급 下向 조정, 朴 시장의 핵심 사업 때문?
이화여대 및 연세대 인근인 서울 대신동의 한 주민은 “서울시와 주요 대학들이 무분별한 개발 사업에 열을 올리면서 주변 녹지를 훼손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이 크다. 비오톱 관련 의혹을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박원순 시장의 핵심 사업이라는 이유로 비오톱 등급을 의도적으로 下向 조정했다면,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이다.●
출처 : 조갑제 닷컴 / 趙成豪(조갑제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