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능력을 도외시한 복지(福祉) 포퓰리즘이 그 적폐(積弊)와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가 7일 “취학 전 아동을 위한 누리과정 중에 2015년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 예산은 편성하지 않기로 결의했다”고 밝힌 것이 비근한 예다. 유치원을 포함한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 3조9284억 원 가운데 어린이집 보육료에 해당하는 2조1429억 원의 편성을 원천 거부하면서 “전국 시·도 교육청의 재정 여건을 감안해 누리과정과 초등돌봄교실 등 정부 시책사업은 지방교육 재정교부금이 아니라 반드시 중앙정부가 부담해 지방교육 재정을 정상화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교육감 소관인 유치원과 달리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관할이어서 내년부터 교육청이 보육료 전액을 떠맡는 것이 부당하다는 이들의 주장에 일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중앙정부 또한 “정부 부채도 464조 원에 달해 여력이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결국 양측 모두 재정 능력이 없다며 부담 떠넘기기를 하는 셈인데, 그렇게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러잖아도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지난달 3일 급증하는 복지 비용을 지방자치단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주장하고, 기초연금의 전액 국비 지원을 요구하면서 ‘복지 디폴트 선언’을 예고했었다. 이들에 이어 교육감들까지 나서 사실상 ‘복지 파산’을 공식적·집단적으로 거론하기에 이른 근본 원인은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장·교육감 등을 막론하고 벌여온 복지 포퓰리즘 경쟁이다.
2009년 8조8375억 원이던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의 총부채가 매년 더 늘어 2012년 말 기준으로 14조429억 원에 이른 것도 그 때문이다. 전국 교육청의 1년 총 세입예산의 26.8%에 해당하는 규모다. 재정난에는 눈을 감은 채 ‘무상(無償)복지 잔치’를 일삼은 결과다. 올해까지는 지자체와 분담해온 누리과정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전국 교육청이 지방채 발행으로 진 빚만 3조 원이다. 교육감들은 “무상보육 때문에 교육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되고 있다”고 했지만, 무상보육만 탓할 일이 아니다. 좌파 성향 교육감들이 주도해온 무상급식 전면 확대가 그 신호탄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대폭 증세를 해서라도 현행대로 복지 포퓰리즘 정책을 강행하자는 요구가 있지만 지금과 같은 경제 상황에서 증세를 하게 되면 경기를 위축시켜 되레 역효과를 낼 뿐이다. 다른 길은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등이 채권 발행 등으로 빚을 더 대규모로 늘려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다음 세대에 재앙을 떠넘기며 당대의 죄책을 더 키우는 일일 뿐이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복지 포퓰리즘 정책을 과감하게 전면 수정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