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가 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모두가 말을 안 듣는다. 판을 벌이는 사람들이나 구경꾼들이나 자신의 목적 달성이나 욕구 충족에만 열중한다. 주변을 돌아볼 주의의식이나 책임의식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을 다시한번 절감하게 된다. 마침 진행자가 위험을 감지했는지 '(환풍구) 근처에 가지마라'고 외쳤다는데도 말을 안 들은 것이다. 사고가 나면 흔히들 법타령 하지만 법 때문이 아니다. 사람 때문이다.
항용 있듯이 구경꾼들이 모이는 곳은 경계선이 필요 없게 된다. 담장위나 지붕위, 나무위 할것없이 잘 보이는 곳이라면 아무데나 올라간다. 환풍구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이번 사고의 경우 우선 오르지 말아야 할 곳에 오른 사람들의 잘못이 크고, 조금만 주의하여 환풍구 위에 두꺼운 합판 몇 장만 덮어놨어도 사고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환풍 때문에 잠시도 덮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아예 못들어가게 막았어야지. 사고를 당한 자들이나 행사주관사나 말 그대로 안전불감이다.
언론은 또 신이 났다. 이번에 사고를 낸 행사는 공교롭게도 한 언론사가 주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세월호 사고때 소속 해운사를 집중 난타하던 모습과는 달리 주관 언론사의 책임을 거론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아무리 좋게 볼래도 좋게 볼 수가 없다. 주관사가 언론이 아니라 만약 '삼성전자였더라면 어떤 태도들을 취할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야당은 또 기회를 잡은듯 하다. 아마 속으로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이 죽어나가면 제 가족이나 친인척이 죽은 것도 아닌데 가슴에는 상장(喪章)을 달고 짐짓 슬픔은 자기들만 독점한듯, 자기들만이 유가족들의 아픔을 대변할 수 있는 듯 설칠 기회가 온 것이다. 이번에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눈여겨 보겠다.
사고가 나면 잠시 소란스럽기만 하지 정말로 사고가 나지 않도록 고민에 고민을 하는 모습은 그 어느 누구에게서도 찾아보기가 어렵다. '설마'라는 최소한의 주의의식조차도 없다. 그저 아베마처럼 닥치는대로 행동한다. 사고가 나면 스스로는 돌아볼 줄 모르고 남의 탓만 한다. 심지어 사고를 기회삼아 불순한 목적에 끌어다 봍이는 데 천재적 기능을 발휘하는 세력들이 대기하고 있으니 그저 한탄스럴 뿐이다.
사고는 아무리 주의하고 대비해도 예기치 않게 일어날 수가 있다. 모두가 남의 탓 말고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 법을 잘 지키고 최소한의 질서의식만 갖고 실천해도 많이 줄어들 것이다.
출처 조갑제 닷컴 / 증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