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소속 국회 교육문화위원회 설훈 위원장이 17일 관광공사 국정감사에서 올해 이 기관 감사에 임명된 만 78살 윤종승(예명 자니 윤)씨에 대해 "그 나이면 누가 봐도 쉬어야지 왜 일을 하려고 하나. 쉬는 게 상식"이라고 했다. 그는 "연세가 많으면 활동과 판단력이 떨어져 공무(公務)에 적합하지 않다고 해서 정년을 둬 쉬게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감사는 코미디언 출신이다. 관광 관련 일을 해 본 적이 없고 회계(會計)나 감사 분야 전문성도 없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일했다는 사실 말고는 정부가 그에게 관광공사 감사 자리를 줄 아무 이유도, 명분도 없다. 설 위원장이 윤씨의 업무 능력이나 자질을 거론했다면 국민도 수긍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윤 감사의 나이를 문제 삼았다.
78살이 설 위원장 주장처럼 '활동과 판단력이 떨어져 공무에 적합하지 않다'고 규정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대한민국의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4명 가까이가 농·어·축산업, 사무직, 서비스업, 기술직 등 다양한 분야에 취업해 일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설 위원장이 평생 '정치적 스승'으로 모셔온 김대중 전 대통령은 72살에 대통령에 취임해 77살에 퇴임했다.
설 위원장은 2002년 대선 때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불법 자금 20만달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가 '허위사실 유포죄'로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았었다. 지난달에는 국회 공식 회의 석상에서 대통령의 사생활 문제를 언급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언어 폭력' 상습범인 셈이다.
현 야권이 주요 선거에서 거듭 패한 이유 중 하나가 50대(代) 이상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야당 인사들이 걸핏하면 노인들을 폄하하는 발언을 반복했던 것도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새정치연합이 대선 때 '노년층 취업을 위한 실버 고용 안정 서비스'를 공약하고, 올 초 당 대표가 '효도 정당'을 선언한 것도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설 위원장은 이런 당의 노력을 순식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