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28일 오후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북한을 한 번 갔다 왔으면 좋겠다"며 방북 허가를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언제 한 번 기회를 보겠다"고 답변했다.
박 대통령이 이 여사를 접견한 것은 취임 이후 이번이 처음으로, 2년 2개월 전인 2012년 8월 당시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 동교동을 찾아 예방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지난해 2월 25일 대통령 취임식에서는 내빈으로 참석한 이 여사와 인사를 나눴지만 따로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이날 박 대통령은 먼저 접견실에 입장해 청와대 직원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온 이 여사를 맞았다. 박 대통령은 "사실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5주기 그때 즈음해서 뵙고 싶었는데 사정이 여러가지 있다보니 오늘에야 뵙게 됐다"며 "지난 5년 동안 여사님께서 김 대통령님 묘역에 일주일에 2번씩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찾아가셔서 기도하셨다고 들었다"고 인사를 건넸다.
이에 이 여사는 “5주기에 화환을 보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했고, 박 대통령도 “여사님께서도 이렇게 (박정희 전 대통령 기일에) 조화를 보내 주셔서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년 전에 찾아뵈었을 적에 하루속히 통일된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하셨던 것을 기억한다"며 "지금부터 차분히 통일 준비를 해 나가야 하지 않나 하는 마음에서 통일준비위원회를 출범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제가 듣기로는 북한 아이들 걱정하면서 털모자도 직접 짜시고, 목도리도 짜시고 준비하신다고 들었다"며 "북한 아이들에게 그런 마음, 정성, 사랑이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여사는 "북한 아이들이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있기 때문에, 겨울 같은 추울 때 모자와 목도리 겸해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짰다"면서 "그래서 북한을 한 번 갔다 왔으면 좋겠는데 대통령께서 허락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언제 한번 여사님 편하실 때 기회를 보겠다"고 답해 긍정적으로 고려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날 접견은 이 여사가 지난 26일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35주기를 맞아 처음으로 추모화환을 보낸 데 대해 박 대통령이 답례 차원에서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5주기 때 한 번 모시려 했으나 일정이 빡빡해 모시지 못한 사정이 있었다"며 "이 여사는 국가원로이시며 지난 대선 때도 한 번 모시겠다는 뜻을 (박 대통령이) 밝히신 바 있다"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