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12일 ‘10월 고용동향’을 발표하면서 국제노동기구(ILO)의 고용보조지표를 반영한 실업률(失業率)을 공개했다. 지난달 실업자는 85만8000명으로 공식 실업률은 3.2%였다. 그러나 새 기준에 따른 사실상의 실업자는 287만5000명, 실업률은 10.1%로 치솟았다. 일자리를 못 구한 사람들이 널려 있는 상황에서 3%대 실업률은 딴 세상 얘기였다. ILO는 지난해 10월 ‘일하려는 욕구의 충족’을 기준으로 한 보조지표를 제시했다. 정부가 이를 활용하면서 제대로 된 직장을 원하는 아르바이트 근로자, 일할 뜻이 있는 경력단절 여성, 구직 활동을 유예한 취업준비생 등 201만여 명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정확한 실상을 반영한 정책이라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 특히, 고용정책은 교육·산업·복지 등 다양한 변수가 맞물려 있어 종합적이고 정교한 접근을 요한다. 비근한 예로 이번에 드러난 201만 실업자의 대다수는 청년층이며, 높은 대학 진학률과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 초래한 측면이 크다. 취업기간이 길어지는 탓에 15∼29세 경제활동참가율은 43.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58.7%를 크게 밑돌 만큼 노동시장이 왜곡돼 있다. 시장의 현실을 세세하게 읽고 정책에 담지 않으면 매년 막대한 예산을 퍼붓고도 성과는 초라한 기존의 오류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 고용보조지표를 담은 자료도 연령별·성별·학력별 등으로 더 세분화해야 실질적인 정책 논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
박근혜정부는 ‘고용률 70%’를 앞세워 시간선택제 등의 정책을 내놓았으나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성·고령자 고용 확대 취지는 좋지만 아직은 기업(企業)들이 수용할 여력이 부족한 탓이다. 고용정책의 근본은 역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고용의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다. 기업이 성장해야 투자를 늘리고, 고용 창출도 가능하다. 한국경제를 지탱해온 제조업의 성장엔진이 식어가면서 당장 올 하반기 대졸 채용시장부터 움츠러드는 상황이다. 기업들은 투자를 가로막는 겹겹의 규제에 국외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그런 마당에 정치권에선 공공연히 법인세 인상을 거론하고 있으니 기막히다. 서비스산업 혁신 계획은 진입 규제를 뚫지 못하고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기업의 기를 살려야 실질 실업률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