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통합진보당의 운명(運命)은 5기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의 손에 달렸다. 9명 중 6명 이상이 정당 해산을 결정하면 통진당은 해산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엔 정당 활동을 계속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재판관들의 성향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판관들은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한다고 하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일수록 개인적 신념과 경험, 정치적 성향 등이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25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박한철(가운데)소장과 재판관 8명이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사건의 최종 변론을 진행하고 있다. 재판관들 앞에 법무부와 통진당 양측이 제출한 A4 용지 17만쪽 분량의 사건 기록이 수북이 쌓여 있다.
이 재판관은 이 사건 주심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재판관은 재판관으로 임명될 때 ‘비(非)서울대 법대 출신의 40대 여성 판사’라는 점 때문에 파격 인사로 꼽혔다. 이 재판관은 울산 출신으로 마산여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나왔다. 1984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1987년 대전지법 판사로 임관한 뒤 울산지법, 서울서부지법,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와 부산고법, 대전고법 부장판사를 지냈다.
이 재판관은 2011년 진보 성향의 이용훈 대법원장이 이공현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지명한 사람이다. 전효숙 전 재판관에 이어 두 번째로 임명된 여성 헌법재판관이다. 당시 이 대법원장은 소수자를 보호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할 수 있는 인물이 헌재에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이 재판관을 지명했다고 대법원 관계자는 말했다.
비교적 진보 성향으로 평가되는 이 재판관은 2012년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과 관련한 이른바 ‘사후매수죄’에 대해 합헌 결정이 났을 때 김이수 재판관과 함께 위헌 의견을 낸 적이 있다. 그렇지만 이 재판관과 김 재판관을 무조건 ‘진보’로 분류하기엔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이 재판관의 경우 2012년 ‘낙태 처벌’과 관련해 박 소장과 함께 합헌 결정을 하는 등 보수적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대법원과 달리 헌재 주심은 사건의 진행을 도맡을 뿐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헌재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9명 모두가 참여해 치열한 평의(評議)를 거칠 것이기 때문에 주심이나 특정 재판관의 개인적 신념이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재판관 9명 중 상당수는 이미 해산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월부터 18차례에 걸쳐 진행된 변론 과정을 통해 제출된 증거와 양측의 주장을 근거로 어느 쪽이든 상당한 심증(心證)을 굳혔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재판관은 “아직까지 재판관 누구도 찬반 의견을 평의 과정에서 내보인 적은 없다”고 전했다.
출처 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