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정(여·52)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가 5일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불거진 성희롱·인사전횡 등의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이번 사태의
배후로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을 거론하면서 “서울시향이 정 감독의 사조직처럼 운영돼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이날
오전 세종문화회관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향은 정 감독의 지시라면 규정도 무시하고 예산 전용을 예사로 생각하는 조직”이라면서
“규정과 절차, 프로세스를 중시하는 저와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구체적인 사례로 ‘서울시향이 정 감독의
친인척이자 막내 아들의 피아노 선생님이었던 A씨를 고용해 매년 5700여만원의 연봉을 줬다’ ‘정 감독의 비서가 찾아와 정 감독이 집을 수리하니
부인이 머무를 호텔 비용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해 거부했다’는 등의 내용을 거론했다.
서울시향의 조직 문화에 대해서도 “처음 와보고
방만하고 비효율적이고, 조직이라 할 수 없는 동호회적인 문화에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시향 대졸 초임이 3000만원
정도되는데 6~7년이 지나도 엑셀조차 못하는 직원들이 많다”면서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하는 오디션 결과가 뒤바뀌어 해촉해야 될 단원들이
계약서를 쓰고 선발돼야 할 단원들이 계약서를 못 쓰는 경우도 발생했다”고 폭로했다.
박 대표는 이어 “그런 조직을 추스르고
제자리로 돌리기 위해 평점과 승진 제도를 도입하는 등 많은 노력을 했다”면서 “나태한 문화, 공사구분 없는 문화에 익숙하던 분들을 체계화시키고
시스템화시키려는 저의 목표나 의도와 갈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최근 서울시향 사무국 직원들이 제기한 막말, 폭언,
성희롱 논란에 대해 “진위 여부나 사실 조사가 있어야 한다. 감사원의 조사를 성실히 받겠다”면서 “이번 사태의 배후에 정 감독이 있다고
생각한다. 감사원 감사를 받고 그 결정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정명훈 예술감독은 현재 해외 체류 중이며, 12월 중순 쯤 귀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오는 10일 문광위에 정 감독이 반드시 출석하도록 조치해달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난
4일에도 기자들과 접촉해 “직원들이 낸 자료(호소문)는 정 감독이 지난 10월 박원순 서울시장에 전달한 것으로, 박 시장은 저에게 11월까지
나가라고 했다”면서 “이번 일은 박 시장과 정 감독의 합작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지난 10월말 정효성
행정1부시장이 박 대표를 만나 직원들이 낸 탄원 문제를 논의했고, 이에 박 대표는 11월 중순에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밝혔다. 박
대표가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가 이를 번복했다는 것이다.
앞서 서울시향 사무국 직원 17명은 지난 2일 "박 대표가 직원들에게
폭언과 욕설, 성희롱을 수시로 하고 인사 전횡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내용을 담은 호소문을 배포했다.
서울시향 직원들은
호소문에서 박 대표가 "회사 손해가 발생하면 너희 장기라도 팔아라" "너는 미니스커트 입고 다리로 음반을 팔면 좋겠다" "(술집) 마담을 하면
잘할 것 같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박 대표가 술을 과하게 마신 뒤 남자 직원 넥타이를 당기며 주요 부위를 만지려 하는 등
성희롱도 저질렀고, 이 때문에 박 대표 취임 이후 현재까지 사무국 직원 27명 중 13명(48%)이 퇴사하고 일부는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가 지인 자녀나 제자를 공개 채용 절차를 거치지 않고 채용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직원을 승진시키기 위해 인사
규정을 개정했다는 내용도 호소문에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