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 7.6 전당대회의 향배를 좌우할 지역위원장과 대의원 선정을 둘러싸고 당내 ‘집안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지난 2월 당 대 당 통합 이후 수차례 표출됐던 열린우리당계와 구 민주당계간 불협화음은 손학규 공동대표가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쏟아낸 ‘작심발언’으로 다시 표면 위로 떠올랐다. 그는 광주.전남 지역 대의원 및 서울 성동갑 지역위원장 선정 문제를 거론하며 구 민주계의 좌장인 박상천 공동대표를 향해 면전에서 직격탄을 날렸다.
4.9 총선 공천과 이후 전당대회 준비 과정 등에서 사사건건 충돌했던 두 대표간 ‘구원’이 공개석상에서 다시 표면화한 것. 이 자리에는 성동갑 지역위원장 문제로 최재천 전 의원과 갈등을 빚고 있는 구 민주계 고재득 최고위원도 참석한 상태였다. 당 지도부는 대의원 선정과 관련, ‘소수파’인 구 민주계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광주.전남 지역의 경우 열린우리당계과 구 민주당계 출신 비율을 6 대 4로 배분키로 합의했으나 현 전남도당 공동위원장인 구 민주계의 국창근 전 의원이 선정된 대의원 면면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선정 작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국 전 의원은 “구 민주계 몫 대의원에 대한 재선정권을 주지 않으면 전대 보이콧까지 검토하겠다”며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따라 민주당 ‘텃밭’인 광주.전남 대의원 명부가 아직까지 확정되지 못해 광주.전남 대의원대회는 개최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국 전 의원은 지난 4.9 총선 당시 박 전 대표가 전략공천을 추진하다 박재승 당시 공천심사위원장과 손 대표의 반대에 부딪혀 공천이 무산된 인물로, 이번에 전남도당위원장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이다. 손 대표의 이 같은 ‘선제공격’은 재창당의 기치를 내건 전대 준비작업이 극심한 내홍으로 파행을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해 당 대표로서 경고한 차원으로 보인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나눠먹기’, ‘밀실야합’ 비판에 직면해 있는 전대 작업에 대한 1차 책임이 박 대표의 ‘계파 챙기기’에 있음을 분명히 함으로써 ‘공’을 넘기기 위한 측면이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구 민주계는 부글부글 끓는 모습이다. 구 민주계 핵심인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서울 4곳과 광주 3곳, 전남 7곳의 경우 표면적으로는 구 민주계에 대의원 몫이 배분됐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열린우리당계가 구 민주계와의 충분한 협의 없이 배정, 소수파 배려 정신이 휴지조각이 됐다”며 “열린우리당계의 ‘제왕식 배정’ 방식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인사는 “‘나눠먹기’라고 하지만 지역위원장만 해도 구 민주계가 선정된 곳은 전무하다”며 “‘자기사람 심기’로 치면 손 대표측이 훨씬 더 심하며 손 대표가 모든 책임을 박 대표에게 돌리기 위해 선수를 친 것”이라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이 쇠고기 파동 문제로 20여일째 등원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처럼 지분다툼에만 골몰하고 있는 양상에 대해 내부에서조차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의원은 “쇠고기 정국 대응을 위해 당력을 모아도 모자를 판에 지도부가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비판했고, 다른 의원은 “말로는 화학적 결합을 외치면서 언제까지 ‘한지붕 두가족’으로 갈등과 반목을 거듭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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