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총참모부 대변인의 이날 거친 말투와 강경한 메시지는 이미 지난달 30일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 등을 통해 예고된 것이지만, 북한군을 총지휘하는 총참모부가 나섰다는 점에서 조평통 대변인이 말했던 "단호한 대응조치"가 군사적 성격이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남북간 대립구도가 점차 고착되어 오는 과정에서 북한은 노동당 통일전선부나 조평통보다 군부가 전면에 나서 남북관계를 "전면 대결" 상태로 규정한 뒤 군사적으로 접근하는 양상을 보여왔는데 이번에도 이를 재확인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PSI 전면참여를 공식발표하면 남북간에는 군사적 긴장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총참모부 대변인은 이날 특히 "우리 혁명무력의 타격에는 한계가 없다"며 남한 정부에 대해 "서울이 군사분계선으로부터 50㎞ 안팎에 있다는 것을 순간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서울을 인질로 삼는 듯한 극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휴전선 일대에 배치된 북한의 장사정포 사정권에 서울이 들어있는 것을 은근히 상기시킨 것이다. 이는 제1차 북핵 위기가 한창이던 1994년 3월 제8차 남북 실무접촉에서 박영수 북측 단장이 "여기서 서울은 멀지 않다. 전쟁이 일어나면 불바다가 되고 말 것"이라고 위협했던 발언을 연상케 한다. 지난해 3월엔 "선제타격" 논란을 일으켰던 김태영 합참의장의 발언에 대해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의 군사논평원이 "우리식의 앞선 선제타격이 일단 개시되면 불바다 정도가 아니라 모든 것이 잿더미로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었다. 또 북한이 21일 개성에서 남북 당국 접촉을 가질 것을 제의한 뒤 이날 북한 총참모부 대변인의 위협이 나왔다는 점에서 북한이 남한의 PSI 전면참여에 준비된 수순에 따라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강경한 입장으로 미뤄 볼 때 개성접촉에서 북측은 남측에 "PSI 전면참여"와 "개성공단"중 양자택일할 것을 요구하는 압박 카드를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으로선 PSI 전면참여 발표를 막으면 성공이고, 개성공단 폐쇄로 이어지더라도 그 책임을 남쪽의 선택으로 전가할 수 있다고 판단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이 이날 "우리 군대는 애초부터 6자회담에 아무런 기대도 가지지 않았으며"라고 말한 것처럼, 북한 군부는 개성공단에 대해서도 애초부터 마뜩잖게 생각해온 게 사실이다. 남한 정부가 PSI 전면참여를 공식발표하면 북한 군부는 이를 곧바로 "선전포고"라고 규정하고 그에 따른 후속조치로 군사분계선을 밀폐함으로써 그나마 열려있던 개성공단 길도 막아 남북관계를 완전 차단하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또 PSI 전면참여를 해상봉쇄를 금지한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남북간 체결한 해운합의서의 무효화를 선언할 가능성도 있다. 정전협정 제15조는 "적대중의 일체 해상 군사역량은 비무장지대와 상대방의 군사통제하에 있는 한국 (북한)육지에 인접한 해면을 존중하며 한국(북한)에 대하여 어떠한 종류의 봉쇄도 하지 못한다"고 되어있다. 해상에서 선박에 대한 차단을 핵심내용으로 한 PSI에 대해 북한은 봉쇄로 받아들여 강경한 대결상태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내달 서해상에서 꽃게잡이가 본격 시작된다는 점도 북한의 군사적 대응조치 방향과 관련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미 1999년과 2002년 두 차례 서해상에서 도발한 선례때문이다. 우리 군 당국은 남한과 인접한 해주와 옹진반도 지역에 집중 배치된 북한군의 해안포 동향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이 서울을 거론한 사실이나 서해 해안포 동향 등과 관련,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종래와 달리 올해 들어선 1∼3월 매달 한차례 포사격 훈련을 참관한 것도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북한군은 이번 총참모부 대변인 문답에서 또 "우리 군대는 애초부터 6자회담에 아무런 기대도 가지지 않았다"며 기존 6자회담 합의의 파기 의사를 밝히고 "핵억제력을 포함한 나라의 방위력을 백방으로 강화"하겠다고 군비경쟁 강화 카드도 내밀었다. 남한 정부가 PSI 전면참여 입장을 이미 대외적으로 공표한 이상 이를 철회하기 어렵고 북한 역시 이를 "선전포고"로 간주한 강경대응을 공언한 만큼, 앞으로 남북간 정치적 대립이 군사적 대결 상태로 고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나 남북 사이엔 이를 완화시킬 장치가 없는 가운데 결국 외부요인에 달려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이 남북관계에 대한 기대는 어차피 접은 상황에서 군사적 도발 여부는 미국을 보면서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